마스터 The Master (2012)

2013.07.09 23:27

DJUNA 조회 수:16731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프레드 퀼은 약간 맛이 갔습니다.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는 어느 호사스러운 여객선에 밀항하게 되는데, 그 배의 진짜 보스는 '코즈(Cause)'라는 신흥종교를 이끄는 랭카스터 도드라는 남자였죠. 어쩌다 보니 퀼은 '코즈'의 일원이 되고 그와 함께 도드와 퀼의 불안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코즈'가 무엇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척 봐도 사이언톨로지인 것이 분명하고, 도드는 L. 론 허버드니까요. [마스터]는 사이언톨로지 역사 초창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입니다.

사이언톨로지라는 소재를 선택한 영화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를 기대합니다. 사이언톨로지 홍보물, 아니면 작정하고 이 종교를 야유하고 공격하는 비판물.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P.T. 앤더슨은 둘 중 어느 쪽도 취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의외인 부분이죠.

영화가 코즈의 교리를 진지하게 믿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심지어 영화 내에서 비판자의 입을 통해 그 결함을 꼼꼼하게 지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앤더슨은 그렇다고 코즈나 랭커스터 도드를 적극적으로 비난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실제 L. 론 허버드가 가지고 있었던 사기꾼다운 행동이나 사이언톨로지의 괴상한 주장도 영화 속 코즈와 도드로 옮겨가는 동안 많이 완화되었고요. 이 영화의 랭커스터 도드는 사기꾼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주장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괴짜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건 영화는 그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대신 194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배경 속에서 코즈와 같은 신흥종교가 특정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쪽을 택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정석을 따르지는 않아요. 영화가 가이드로 삼은 프레드 퀼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코즈의 중요한 일원이 되지만 그 교리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혼란스러운 정신상태 속에서 회의와 수긍 사이를 오갈 뿐이죠.

그 결과 영화는 특정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벗어나 1940년대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의 관계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냐고 계속 질문할 수 있을 거예요. 둘의 관계는 정확하게 리더와 추종자의 이야기도 아니고,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도 아니고, 유사 부자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모든 걸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도 않죠. 클라이맥스에 갈등이 폭발하는 것도 아니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그들의 관계는 해결되지도 않고 폭발하지도 않은 채 그들 인생의 특정 시기에 그냥 '있습니다.'

이 모호한 이야기는 P.T. 앤더슨의 호사스러운 연출과 피닉스, 호프먼, 애덤스의 압도적인 연기, 자니 그린우드의 인상적인 음악 속에서 극도로 장엄하게 표현됩니다. 이 영화를 감독의 의도대로 70밀리 영화로 본 관객들은 그 거대함을 더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었겠죠. 스타일과 내용의 이 거대한 괴리는 당황스럽지만, 이 어긋난 감정이야 말로 [마스터]라는 영화가 주는 감흥 중 가장 오래 남는 것일 겁니다. (13/07/09)

★★★☆

기타등등
그런데 과연 이 영화를 70밀리로 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70밀리 극장이 사라진 나라가 우리나라만은 아닐 텐데.


감독: Paul Thomas Anderson, 배우: Joaquin Phoenix, Philip Seymour Hoffman, Amy Adams, Jesse Plemons, Ambyr Childers, Laura Dern

IMDb http://www.imdb.com/title/tt156074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0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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