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2011.03.17 18:16

DJUNA 조회 수:11311


[세상의 모든 계절]을 보는 동안 관객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톰과 제리를 진심으로 부러워할 것입니다. 이들 부부는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의 사랑과 부러움을 동시에 얻는 희귀한 부류에 속해있지요. 두 사람 모두 좋은 교육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금슬도 좋으며, 하나뿐인 아들도 잘 키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깨어있고, 붙임성도 좋으며, 모두에게 친절하지요. 그들은 지금까지 인생을 즐겁고 알차게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하루를 골라 이들의 인생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대부분 친구들이나 가족을 집에 초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아들 조가 가끔 찾아옵니다. 멀리서 사는 친구 켄도 한 번 찾아오고, 마지막에는 톰의 형도 방문해요. 그리고 제리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메리는 그 곳을 거의 자기 집처럼 드나듭니다.  


메리는 주인공 커플과 전혀 반대되는 인물입니다. 결코 현명하다고 할 수 없고, 술을 지나치게 마시며, 실수투성이인 데다가, 사생활도 엉망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그냥 인생이 그녀 뜻대로 되질 않습니다. 이걸 메리의 탓이라고 돌리는 건 쉬운 일이지만 부당합니다. 메리라고 메리가 되고 싶었겠습니까. 


메리가 톰과 제리 주변을 맴도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건 파리가 전등 주변을 도는 것처럼 당연해요. 메리는 그들의 행복함에 끌립니다. 그들 곁에 있으면 자신도 행복해지고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환상에 빠지는 건지도 모르죠. 메리가 조카 뻘인 이들의 아들 조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착각에 말려든 거죠. 하지만 톰과 제리가 받아줄 수 있는 선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균열이 시작됩니다.  


[세상의 모든 계절]에는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단선의 드라마는 없습니다. 우리는 메리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톰, 제리, 메리, 조, 켄, 그리고 톰의 형은 모두 특별한 이유나 목적 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일부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행복하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과정 중 우리가 그릴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되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떤 교훈을 주거나 세상의 흐름을 몇 마디의 법칙으로 요약하기 위한 재료는 아닙니다. 아마 영화가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공감일 것입니다.  


캐스팅이 환상적인 영화입니다. 확 들어오는 스타는 없지만, 아직도 영국이 얼마나 훌륭한 전문 배우들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런 캐스팅이죠. 톰과 제리를 연기한 짐 브로드벤트와 루스 쉰도 좋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메리 역의 레슬리 맨빌에 가장 주목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우리 대부분은 톰과 제리보다는 메리에 가깝고, 배우들은 불행을 연기할 때 가장 배우 같으니까요. (11/03/17)


★★★☆


기타등등

마지막 장면이 참 좋습니다. 아무런 과시 없이 무심하게 던지는 완벽한 결말.


감독: Mike Leigh, 출연: Jim Broadbent, Ruth Sheen, Lesley Manville, Oliver Maltman, Peter Wight, David Bradley, Martin Savage, Karina Fernandez, Imelda Staunt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311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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