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드레스 La robe du soir (2009)

2011.04.16 20:13

DJUNA 조회 수:8353


[이브닝 드레스]는 전형적인 프랑스식 미친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우리의 여자주인공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가요. 이 집착은 스토킹처럼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위로 이어지다가 결국 주인공이 바닥을 치고 모든 감정을 불태운 뒤에야 간신히 멎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자벨 아자니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나요. 하지만 [이브닝 드레스]와 이자벨 아자니 영화들 사이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인 어린 소녀이고, 그 소녀가 집착하는 대상은 그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여자 교사입니다.


자서전적인 이야기냐고요. 당연하죠. 이 영화의 감독이자 공동 각본가인 미리엄 아지자도 어렸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 쥘리엣처럼 프랑스어 교사에게 집착한 적 있었답니다. 상당히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모두가 쥘리엣처럼 심각한 사랑앓이를 하지는 않겠지만, 교사는 쉽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직종이지요.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그 경향을 최악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엘렌 솔렌스카 선생은 바로 그런 성향의 소유자입니다. 젊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유혹적이고 당사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열성적인 교사지만 그만큼이나 학생들을 도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즐깁니다. 아이들에겐 쿨한 선생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약간만 균형을 잃어도 학생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히기 쉽죠. 그 학생이 쥘리엣처럼 영리하지만 지독하게 예민하고 수줍은 아이라면 그 결과는 더 끔찍합니다. 전 [이브닝 드레스]가 교사의 책임감에 대한 교훈적인 영화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쥘리엣의 감정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동성애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속해 있는 지루하고 산문적인 중산층 사회에 대한 반발감 때문에 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기 직전의 그 미묘한 시기를 맞는 소녀가 모델이 될 선망의 대상을 찾았던 것이 심각하게 어긋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세 개 모두일 수도 있겠죠. 쥘리엣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죠. 아마 가장 어리둥절한 건 아이 자신일 겁니다.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건, 쥘리엣의 갈등은 아름답고 강렬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아가씨는 거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소프라노 주인공처럼 사랑이라는 질병을 온 몸으로 앓고 그 아픔을 그대로 표출해내요. 그 중 일부는 보는 사람들이 죄스러울 정도로 에로틱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는 제가 최근에 본 영화들 중 가장 에로틱한 독서 장면을 담고 있어요.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솔렌스카 선생 역의 리오도 좋지만, 이 영화의 무게 대부분을 짊어지고 있는 건 쥘리엣 역의 알바 가이아 벨루기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이 아가씨는 작은 이자벨 아자니입니다. 앞으로도 품고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을 만나기를. (11/04/16)


★★★☆


기타등등

영화를 보고 나면 걱정이 됩니다. 쥘리엣은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학교에 다니나요!

 

감독: Myriam Aziza, 출연: Alba Gaïa Kraghede Bellugi, Lio, Sophie Mounicot, Léo Legrand, Barthélémy Guillemard, Armand Chidlin, Lucie Bourdeu, 다른 제목: The Evening Dress


IMDb http://www.imdb.com/title/tt131424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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