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후드 Bande de filles (2014)

2015.06.22 02:04

DJUNA 조회 수:6059


[걸후드]는 [워터 릴리즈], [톰보이]로 이어지는 프랑스 여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셀린 샤마의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이 영화 이후로 샤마는 다른 나이의 주인공들로 넘어갈 생각이라고 하는군요.

삼부작이라고 했지만 [걸후드]는 앞의 두 작품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단 퀴어적 성격이 가장 적어요. 첫 와이드스크린 영화고요. 무엇보다 주인공이 아프리카계죠. 앞의 두 작품이 감독 자신의 어린시절을 투영해 만든 개인적인 영화들이라면 [걸후드]는 꼼꼼한 인터뷰와 연구를 거친 일종의 인류학적 보고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의 의도는 그렇게 차갑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감독과 소재가 되는 세상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주인공 마리엠은 전형적인 방리유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없어요. 엄마는 청소부로 일하며 돈 버느라 애들에게 신경 쓸 시간도, 에너지도 없고요. 오빠는 아빠를 대신해서 폭력적인 가부장 노릇을 하고 있지요. 당연히 성적은 안 좋아 1년을 꿇었는데도 여전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도 어려워요. 그런데도 마리엠은 제발 직업학교 대신 인문계 학교로 보내달라고 교사에게 사정합니다. 인문계 학교는 미리엠이 '정상적인' 삶의 루트를 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증명서인 셈이죠.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는 영원히 꿈으로 남습니다. 마리엠은 관객 모두가 예상하고 있을 길을 따라가요. 불량학생들과 어울리고 학교를 떠나고 가출하고 수상쩍은 직업의 남자들과 얽히죠. 단지 샤마는 이들 '불량학생'을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그리지 않아요. 이들의 환경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무엇이 이들을 이런 행동으로 몰고 가는지 설명하고, 이들의 개개인의 감정과 이들 사이의 연대를 꼼꼼하게 그려내지요. 와이드스크린 화면을 택한 것도 이해가 가죠. 앞의 두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의 내면이죠. 하지만 [걸후드]에서 주인공은 혼자만의 세계를 갖지 못해요. 늘 환경의 일부이죠.

당연히 세 편 중 가장 암담한 영화입니다. 앞의 두 주인공들과는 달리 마리엠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인종차별과 빈곤의 담을 넘을 수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리엠에게 다가올 미래를 극복할 에너지를 줍니다.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 몇 초 동안에요.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데 그 몇 초만으로 결말이 달라지니 놀랍죠. 그렇다고 마리엠의 인생이 확 바뀐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15/06/22)

★★★☆

기타등등
리한나의 [다이아몬드]가 중요한 비중으로 나와요. 샤마는 이 음악이 나오는 시퀀스를 일단 찍고 리한나에게 보여준다면 허락을 구했다는데, 그 쪽에서는 그게 맘에 들었는지 가장 싼 값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고 하더군요.


감독: Céline Sciamma, 배우: Karidja Touré, Assa Sylla, Lindsay Karamoh, Mariétou Touré, Idrissa Diabaté, Simina Soumaré, 다른 제목: Girlhood

IMDb http://www.imdb.com/title/tt365552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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