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트레인 Night Train (2009)

2011.09.02 20:10

DJUNA 조회 수:10380


[나이트 트레인]에서 가장 괴상한 건 영화의 스펙입니다. 주연배우가 대니 글로버, 릴리 소비에스키, 스티븐 잰이라면 캐스팅은 일급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작 영화는 극저예산 비디오(요샌 블루레이죠) 직행물이란 말이죠. 얼마나 저예산이냐면, 거의 영화로 안 보일 정도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기차 장면은 거의 대부분을 조잡한 CG로 채웠고, 기차 안은 싸구려 세트 티가 풀풀 나며, 영상은 비디오로 찍은 80년대 텔레비전 물 같죠. 이러니 전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이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몰렸는지 걱정하게 됩니다.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공식적입니다. 크리스마스 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승객 한 명이 죽습니다. 그리고 그 승객의 가방 안에는 굉장히 귀중한 것이 들어있는 나무상자가 하나 있어요. 승객의 죽음에 대해 아는 건 차장과 같은 차량 안에 있던 두 승객 뿐. 그들은 작당해서 시체를 치우고 물건을 나누어 갖기로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의 계획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일은 꼬이고 그와 함께 처리해야 할 시체들도 늘어납니다. 물론 여러분은 그 동안 그 상자 안에 정말 그들이 본 것이 들어있긴 한 건지 의심하겠죠.


이야기만 따진다면 그렇게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익숙한 공식의 장점이죠. 이런 공식들이 오래 살아남으며 반복되는 건 다 이유가 있죠. 서툰 손에 들어가도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구조인 거죠. 심지어 설명도 필요 없고 마무리도 필요 없습니다. 관객들이 다 알아서 상상해줄 테니까요. 아니면 설명 같은 건 처음부터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나.


문제는 완성도입니다. 아무리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흘러간다고 해도, 여전히 그 이야기는 영화라는 틀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간단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요. 온갖 종류의 폭력이 난무하고 시체들이 뒹굴고 배신과 음모가 판을 치는 이야기인데도 영화에게 주어진 83분은 이상할 정도로 나른합니다. 상당한 명성의 좋은 배우들을 세 명이나 가져왔으면서도 그들의 연기를 통제하지도 못하고요. 나쁜 특수효과나 싸구려 세트는 어쩔 수 없는 제작비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이럴 커버할 뭔가 창의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모든 면에서 가난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우들의 유명세를 제외하면 요새 나오는 [드라마 스페셜] 에피소드 한 편보다 더 가난해 보여요.


그래도 영화를 즐길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전 이렇게 노골적인 비디오 화면이 오히려 일반 영화와는 다른 향수를 자극해서 재미있더군요. 이런 싸구려 영상이 만들어내는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도 재미있고요. 단지 이런 재미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며 즐겨야 하는 겁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제공해주는 게 아니에요. (11/09/02)


★★


기타등등

불가리아에서 찍은 영화예요. 돈을 아껴야죠.

 

감독: Brian King, 배우: Danny Glover, Leelee Sobieski, Steve Zahn, Matthias Schweighöfer, Takatsuna Mukai, Togo Igawa, Richard O'Brien, Jo Marr, Constantine Gregory 


IMDb http://www.imdb.com/title/tt102005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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