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스카이 Iron Sky (2012)

2012.10.20 13:49

DJUNA 조회 수:8636


[아이언 스카이]는 [스타 렉 Star Wreck]이라는 [스타 트렉] 패러디 영화로 어느 정도 팬을 확보한 핀란드 팬돌이들이 만든 SF 영화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몇 년 전부터 나치 UFO 영화 프로젝트라며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죠. 그래서 나중에 꽤 그럴싸한 모양에 그럴싸한 캐스팅의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성장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영화는 나치 UFO 음모론에서 상당부분을 따왔습니다. 제3제국은 멸망했고 히틀러는 죽었지만 상당수의 나치 일당들은 막 개발에 성공한 우주선을 타고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들은 달의 이면에 나치 기지를 세우고 다시 지구를 정복할 음모를 꾸미죠.

2018년, 미국이 쏘아올린 유인 달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합니다. 나치 일당은 우주인 한 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을 인질로 잡아요. 우주인이 가지고 온 스마트폰의 성능이 자기네들의 컴퓨터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스마트폰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 요원들을 파견하는데, 이들은 사라 팔린 캐리커처임이 분명한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말려듭니다.

야심이 큰 영화입니다. 전 그냥 나치 UFO 음모론을 가지고 팬돌이들과 음모론자들만 웃을만한 컬트 코미디를 만들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영화는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상당히 심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의 스케일이 상당히 커요.

하지만 영화는 그 야심을 만족시킬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일단 소재와 메시지의 부조화 때문이지요. 나치 UFO는 결코 그렇게 심각하게 다룰 소재는 아닙니다. 그냥 농담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이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다루다가 그 무게에 걸려 넘어집니다. 농담들이 살아남기엔 분위기가 너무 묵직해지는데, 정작 이야기는 여전히 어처구니 없는 것이죠. 게다가 이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농담꾼도 아니에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서툰 농담들이 나치 UFO가 나와야 할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거죠.

정치적 농담으로서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공정성과 불공정성의 서툰 조합입니다. 그들은 이런 식의 농담에 정치적 불공정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지한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데, 이 둘의 조화가 최악입니다. 결정적으로 메시지 자체가 좋은 블랙 코미디의 기반이 되기엔 얄팍하죠.

차라리 그냥 한 번 껄껄 웃고 넘어갈 정도의 가벼운 코미디를 만들었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겁니다. 팬들이 보고 싶었던 것도 그런 것이었을 거고요. 몇 년 동안 계속 부풀어가는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과대망상에 빠진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12/10/20) 

★★

기타등등
북한 농담이 하나 나옵니다. 배경은 UN이고요. 어떤 농담일지 맞혀보세요.

감독: Timo Vuorensola, 출연: Julia Dietze, Götz Otto, Christopher Kirby, Tilo Prückner, Udo Kier, Peta Sergeant, Stephanie Paul

IMDb http://www.imdb.com/title/tt103431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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