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 Fury (2014)

2014.11.24 00:57

DJUNA 조회 수:12334


데이빗 에이어가 그의 영역인 LA 뒷동네를 떠나 간 곳은 엉뚱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하지만 [퓨리]는 보기만큼 에이어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작품은 아닙니다. 에이어는 군대 경험이 있고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전쟁터나 암흑가나, 폭력이 일상화된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건 같잖아요.

영화 제목인 '퓨리'는 셔먼 탱크 이름입니다. 주인공인 돈 '워대디' 콜리어는 북아프리카 때부터 이 탱크를 타고 독일군과 싸워왔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부대원 하나를 잃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부하들은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오래 버텼던 거 같습니다. 서류 착오로 온 게 분명한 어린 행정병 노먼 엘리슨으로 빈 자리를 채운 콜리어는 다시 독일군과 싸우려 전쟁터로 갑니다.

에이어가 그리는 제2차 세계대전은 이전 할리우드 영화의 제2차 세계대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겪은 '깨끗한 전쟁'이죠. 스필버그처럼 에이어도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명분과 상관없이 전쟁터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죠. 이미 진 게 분명한 전쟁을 위해 노약자들을 동원하는 독일측도 끔찍하지만 미군도 이 상황에서는 특별히 다를 수가 없지요.

탱크가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어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탱크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부분은 연합군에게 점령당한 독일 마을에서 두 여자가 사는 집을 발견한 콜리어와 엘리슨이 식사를 하는 시퀀스죠. 이 장면은 총탄이 날리고 피가 튀는 전쟁 장면보다 훨씬 무서운데, 그건 '우리 편'인 군인들이 옳은 일을 할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어는 그래도 적당한 수준에서 이 장면을 마무리짓지만 그래도 그 불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상흔처럼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남습니다. 폭력의 행위보다는 폭력의 과정이 남기는 불쾌함과 고통이 더 중요한 영화입니다.

당연히 '호탕한 전투 장면' 같은 걸 기대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에이어는 될 수 있는 한 액션 영화의 쾌락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죠. 설정상 대규모 전차전 같은 게 나올 영화도 아니고. 하지만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전차 덕후들이 환장할 만한 꼼꼼한 디테일을 잔뜩 품고 있습니다. 그 절정은 퓨리가 티거-1과 일대일로 맞붙는 장면입니다.

단지 결말 부분은 좀 어리둥절합니다. 설정 자체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죠. 하지만 영화의 어조를 고려해보면 결말은 그냥 결말을 위한 결말처럼 보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콜리어와 일행의 심리 묘사를 보다 정확히 하고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게 좋았을 거 같습니다. (14/11/24)

★★★

기타등등
콜리어의 "Ideals are peaceful, history is violent"라는 대사는 브래드 피트의 애드립이었다고 하더군요.


감독: David Ayer, 배우: Brad Pitt, Shia LaBeouf, Logan Lerman, Michael Peña, Jon Bernthal, Jim Parrack, Brad William Henke, Kevin Vance, Xavier Samuel, Jason Isaacs, Anamaria Marinca, Alicia von Rittberg, Scott Eastwood

IMDb http://www.imdb.com/title/tt27131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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