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Drive (2011)

2011.11.07 23:18

DJUNA 조회 수:12953


[드라이브]의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하긴 이름이 나와야 할 이유도 없지요. 그는 인간관계가 빈약하기 짝이 없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오로지 단 한 가지 이유로 알고 지냅니다. 그는 끝내주는 드라이버입니다.


그는 직업이 두 개입니다. 낮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위해 스턴트 드라이버로 일합니다. 밤에는 범죄자들이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게 차를 모는 휠맨입니다. 그는 이 두 직업의 차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도덕관념보다 차를 모는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영화는 그에게 익숙한 위기 상황을 줍니다. 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웨이트리스와 그녀의 아들과 친해집니다. 아마 그는 웨이트리스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가 가까워지자 지금까지 감옥에 있던 남편이 돌아옵니다. 남편은 빚을 갚기 위해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고 주인공은 그를 돕기로 합니다. 물론 이 단순해보이는 계획이 제대로 풀릴 리가 없습니다.


제임스 살리스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이 범죄영화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범죄자 주인공,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연 여자, 그를 둘러싼 배배 꼬인 음모. 6,70년대엔 이런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스티브 맥퀸에서부터 알랭 들롱에 이르는 수많은 배우들이 얼굴 표정을 지우고 이런 역할들을 연기했지요.


영화는 종종 거의 향수돋을 정도로 복고적입니다. 액션의 상당 부분을 이루는 카 체이스들이 그렇습니다. 요새 일반적인 액션 영화들과는 달리, [드라이브]는 아드레날린의 폭주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냥 차를 빨리 모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사는 도시 곳곳을 알고 추적자와 도로 상황, 차의 상태를 꼼꼼하게 계산해서 체스하듯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지요.


영화는 복고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중간 이후 터져나오는 폭력 장면에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파괴적인 일탈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례야 찾으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무표정한 남자의 주변을 맴도는 폭력의 드라마는 여전히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다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그림은 여전히 낯섭니다.


이유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것은 비교적 단순한 터치로 그린 것 같은 주인공에게 의외의 복잡성이 존재하고 있거나 할리우드 액션 영화보다는 유럽 아트 하우스 영화의 어법에 가까운 무균질한 스타일이 같은 이야기에 전혀 다른 모양을 잡아주기 때문이겠죠. 같은 그림이라도 아트 하우스 영화에 사용되었다면 가식적으로 보였을 것들이 익숙한 이야기에 사용되자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LA와 카 체이스 장면이 낯설어 보이는 것도 허겁지겁 주연배우에 의해 대타로 기용된, 운전면허도 없는 덴마크 감독의 관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요. 영화를 구성한 재료들을 임의적이지만 그 임의성이 관여한 사람들의 재능과 결합해서 성공적이고 신선한 괴물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11/11/07)


★★★☆


기타등등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예고편과 내용이 다르다고 소송을 건 사람이 있었다죠. [패스트 & 퓨리어스]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갔는데, 카 체이스 장면은 얼마 없고 피 터지는 R등급 폭력만 잔뜩 나왔다고... 저 동네엔 소송도 비평의 한 방법인 모양이죠.

 

감독: Nicolas Winding Refn, 출연: Ryan Gosling, Carey Mulligan, Bryan Cranston, Albert Brooks, Oscar Isaac, Christina Hendricks, Ron Perlman, Kaden Leos 


IMDb http://www.imdb.com/title/tt078050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0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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