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널리스트 존 론슨이 그의 논픽션 저서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에서 폭로한 것은 미정부가 소위 '제다이 전사'라고 불렸던 초능력자 군단을 양성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었고, 그동안 그들은 원격투사, 벽 뚫고 통과하기, 염력 살인 등등을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제목인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그들이 했던 실험에서 나왔죠. 이 사람들은 염소의 심장을 멈춰 죽이기 위해 열심히 염소를 노려봤다고 해요.


놀랐냐고요? 아뇨. 미국 정부가 그러고 있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상식 아닙니까. 단지 존 론슨은 이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주었을 뿐이죠. 한심한 미국인들에 대한 영국인의 야유를 섞어가면서 말이죠. 하여간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론슨의 시치미 뚝 뗀 접근법도 재미있어서 책은 잘 팔렸고 나중엔 BBC에서 3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도 했다죠.


이 작품이 영화화되었습니다. 원제는 책과 마찬가지로 [The Men Who Stare at Goats]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사 사장의 변덕 때문에 [초(민망한)능력자들]이라는 덜떨어진 제목을 달고 뒤늦게 개봉됩니다. 원래는 주연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직접 감독하려 했었는데 일이 틀어진 모양이고, 그랜트 헤슬로프라는 감독이 그 뒤를 이은 모양이더군요.


영화판은 원작의 충실한 재현이 아닙니다. 그건 이미 BBC 다큐멘터리가 했겠죠. 이야기의 재료 대부분은 론슨의 책에 나왔던 것들이지만, 영화는 이를 허구의 틀 안에 넣어서 재구성해요. 이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모델들이 있지만 그래도 허구죠.


영화의 주인공 밥 윌튼은 막 이혼당한 미국인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이라크로 날아가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난 린 스킵 캐시디라는 인물이 초능력자 부대의 일원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여기서부터 윌튼은 캐시디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로부터 초능력자 부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듣게 됩니다.


이야기들은 익숙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부분 책에서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전달하려는 주제나 톤은 조금 달라요. 존 론슨의 책은 노골적인 야유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캐시디와 빌 장고로 대표되는 초능력자 부대의 몇몇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하고 있어요. 이들의 행동은 외부인들에겐 바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영적인 추구로, 영화는 이들을 현대의 돈 키호테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낸 (허구의) 결말 부분은 특히 그렇습니다. 존 론슨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어요.


실화건, 아니건 [초(민망한)능력자들]은 괜찮은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에는 좋은 코미디에서 우리가 기대할 법한 많은 재료들이 있어요. 어처구니 없지만 그래도 썩 그럴싸한 자기 논리를 가진 넌센스들, 그 말도 안 되는 상황 안에서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진지한 연기를 하는 전문 배우들. 아마 영화가 존 론슨의 책만큼 재미있지 않다면 논픽션이 허구로 넘어가서 재구성되는 과정 중 발생한 손실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럴싸하죠. (11/06/24)


★★★


기타등등

[스타 워즈] 팬들에겐 조지 클루니가 유안 맥그리거에게 자신이 제다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은 은근히 이치가 안 맞아 보이죠.

 

감독: Grant Heslov, 출연: George Clooney, Ewan McGregor, Jeff Bridges, Kevin Spacey, Stephen Lang, Robert Patrick, Waleed Zuai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23454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39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