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2017.04.04 01:05

DJUNA 조회 수:10419


리즈 슬로운은 잘 나가는 워싱턴의 로비스트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고 윤리적으로도 미심쩍지만 지독하게 영리하고 유능한 일벌레라 모두들 두려워하면서도 원하는 사람이죠. 그러던 어느 날 슬로운은 총기제재 반대 로비 의뢰를 받습니다. 총기제재에 찬성하는 쪽인 슬로운은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동료들과 함께 총기제재법을 지지하는 회사로 옮깁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무시무시한 전쟁을 시작하죠. 슬로운의 활약으로 총기제재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여기저기에서 희생자들도 발생합니다.

리즈 슬로운은 할리우드에서 익숙한 인물입니다. [미스 슬로운]은 이 익숙한 인물 설정에 단 하나의 변화를 주고 있어요. 여자로 만든 거죠.

이 변화는 그냥 편리해보입니다. 그냥 성별을 뒤집고 일을 끝냈거든요. 하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생산적입니다. 아니, 의외라니요. 당연히 생산적인 거예요. 성별을 뒤집는다고 이전 설정의 거울상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세상은 결코 그렇게 대칭적이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거든요. 당연히 캐릭터의 의미도 바뀌고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바뀝니다. 그러니까 이건 지루한 설정을 새롭고 흥미롭고 더 내용이 풍부하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겁니다. 캐릭터를 여자로 만드세요.

이 간단한 뒤집음을 고수하면서 영화는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서 빠져나갑니다. 리즈 슬로운은 기계적인 여성화의 희생자가 아니에요. 감정 때문에 물러지지도 않고 쓸데없는 사연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죠. 쓸데 없이 착하지도 않고 결점도 많은데, 이런 인간적 결함이 '나쁜 여자'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리즈 슬로운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초의 관객들에게 아직 이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죠.

제시카 차스테인에겐 정말 생일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모든 배우 팬들이, 특히 여자배우들의 팬들이 이런 영화를 원하지 않을까요. 팬질 대상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혼자 잡아먹는 영화예요. 와우. (17/04/04)

★★★

기타등등
각본가인 조나단 페레라는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이 각본의 아이디어를 짰다는군요.


감독: John Madden, 배우: Jessica Chastain, Gugu Mbatha-Raw, Sam Waterston, Alison Pill, John Lithgow, Mark Strong, Michael Stuhlbarg, Jake Lacy, Douglas Smith, Dylan Baker

IMDb http://www.imdb.com/title/tt454071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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