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A. (1949)

2020.04.18 17:40

DJUNA 조회 수:1678


루돌프 마테의 [D.O.A.]는 잊을 수 없는 도입부로 시작됩니다. 어떤 남자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와서 살인사건을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경찰은 누가 죽었냐고 묻습니다. 남자가 대답해요. "저요." 약간 실망스럽게도 경찰은 남자의 말을 믿습니다. 얼마 전에 그 말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를 받았거든요.

여기서부터는 플래시백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프랭크 비글로. 캘리포니아의 배닝이라는 소도시에 사는 회계사입니다. 비서인 폴라와 연애 중이고요. 영화가 시작되면 비글로는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납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놀던 비글로는 다음 날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알게 되지요. 누군가가 자기에게 독을 먹였다는 걸요.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이 독에는 해독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하루나 이틀. 비글로는 죽기 전에 누가, 왜 자기를 죽이려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D.O.A.]는 아이디어가 이야기 자체를 먹어버리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죽어가는 남자가 자기를 살해한 범인을 잡는다는 도입부의 아이디어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그 뒤에 벌어지는 범인 찾기의 미스터리가 오히려 덜 궁금하지요. 누가 범인이건 도입부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영화가 제공하는 미스터리는 그냥 평범한 편입니다. 도입부를 먼저 만들고 그에 맞추어 진상을 만들어낸 것이죠.

영화를 채우고 있는 것은 40년대 필름 누아르 클리셰들입니다. 험악한 갱도 나오고, 사이코패스 킬러도 나오고, 팜므 파탈도 나옵니다. 비글로 역시 소도시 회계사치고는 지나치게 필름 누아르 주인공이고요. 각각의 재료들은 장르적으로 평범해요. 하지만 이 평범함이 째깍거리는 타이머와 함께 도입부와 결합해서 질주하기 시작하면 느낌이 좀 달라집니다. 영화 전체가 일종의 필름 누아르의 꿈처럼 느껴져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죽어가는 남자의 온전치 못한 두뇌가 필름 누아르의 틀 안에서 현실을 재해석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죠. 비글로가 지나치게 필름 누아르 주인공처럼 구는 것도 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1988년에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어요. 도입부는 같지만 캐릭터와 내용은 다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용은 도입부보다 덜 중요하니까요. (20/04/18)

★★★

기타등등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렸습니다. 끔찍한 화질을 각오하시길.


감독: Rudolph Maté, 배우: Edmond O'Brien, Pamela Britton, Luther Adler, Beverly Campbell, Neville Brand, Lynn Baggett, William Ching, Henry Hart, Laurette Luez, 다른 제목: 죽음의 카운트다운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236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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