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닐 살인사건 The Kennel Murder Case (1933)

2020.04.21 00:08

DJUNA 조회 수:1383


S.S. 반 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 대부분은 영화화되었습니다. 전혀 영화화될 수 없는 소설들인 거 같지만 사실이에요. 추리소설 황금시대였던 1930년대엔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관객들은 수다쟁이 명탐정이 탐문수사를 하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하긴 요새도 크리스티 각색물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대부분 영상화에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보고 좋아하지요.

[케닐 살인사건]은 1933년에 나온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영화입니다. 밴 다인의 여섯 번째 파일로 밴스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지요. 이 소설은 밴 다인의 마지막 성공작이라고 알려져 있고요. 영화는 다섯 번째 각색물입니다. 1929년 [카나리아 살인사건]부터 파라마운트에서 영화화되었다가 이 영화부터 워너에서 만들기 시작했지요. 이 영화에서 파일로 밴스를 연기한 윌리엄 파웰은 파라마운트 시절 [비숍 살인사건]을 제외한 세 편의 영화에서 밴스를 연기했어요. [케닐 살인사건] 이후에는 [드래곤 살인사건]에도 나왔고요.

당연히 살인사건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성격 고약한 부자가 잠긴 방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처음엔 총으로 자살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알고 봤더니 칼에 찔려 죽었고 총상은 죽은 뒤에 난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밀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유력한 용의자인 동생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스토리는 의외로 충실한 편입니다. 하지만 반 다인의 원작소설에 있는 현학취미는 거의 사라졌어요. 윌리엄 파웰의 파일로 밴스도 훨씬 호감가는 인물입니다. 덜 잘난 척하고 파웰의 자연스러운 개성이 더해졌지요. 이러다보니 밴스 고유의 개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한 시간을 간신히 넘기는 짧은 작품이니 그럴 시간도 부족했을 거예요.

여전히 대사 위주의 수사물이지만 의외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짧아 속도감이 상당하지요. 초창기 토키 영화지만 촬영도 도전적이고요. 수다스러운 탐문수사인 원작을 많이 고치지 않으면서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 노력이 보입니다. 그리고 [케닐 살인사건]의 배배 꼬인 진상은 오히려 영상을 통해 직접 보여줄 때 더 잘 먹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자잘한 도구를 이용한 밀실 트릭은 소설에선 별 감흥이 없지만 영화로 보여주면 느낌이 다르죠. (20/04/21)

★★★

기타등등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https://archive.org/details/KennelMurderCase1933


감독: Michael Curtiz, 배우: William Powell, Mary Astor, Eugene Pallette, Ralph Morgan, Robert McWade, Robert Barrat, Frank Conroy, Etienne Girardot, Paul Cavanagh, Arthur Hohl, Helen Vinson, Jack La Rue, James Le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242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