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1 20:56
[순정]을 보고 왔습니다. 주말엔 멀티플렉스에 가지 않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시간과 사정이 맞아서. 관객
대부분은 여자들이더군요. [캐롤] N차 관람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 여성관객들 비중이 높은 상영은 본 적이
없습니다.
포스터를 보면 로맨스 영화 같고 그렇게 홍보를 밀려는 거 같은데, 그보다는 91년 여름 시골 섬마을을 무대로 한
[써니]를 연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라디오 DJ에게 과거의 옛 친구와 관련된 소포가 도착하고 방송 중 과거를
회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작 단편이 있다고 하고 영화화와 함께 장편으로 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전 둘 다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이야기의 중심은 김소현이 연기하는 수옥이라는 소녀입니다. 집도 가난하고 다리 하나도 불편하지만 이 영화의
공주님이에요. 육지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친구들이 가장 먼저 번갈아 하는 일이 수옥을 업는 것입니다.
거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는 것 같아요. 이 경우엔 난쟁이가 네 명이지만. 연약하고 예쁘고 마구
보호해주고 싶은, 그러지 않으면 픽 하고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소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도경수가 연기하는 범실의 관점에서 전개되고 그를 통해 로맨스를 깔지만 아마 다른 친구들도 범실만큼
수옥과 관련된 사연이 많을 겁니다.
[써니]만큼 이야기 재미가 풍부한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액자 역할을 하는 현재 이야기가 별 재미가 없고 역할도
크지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줄거리와 설정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과거 이야기와 그 정서는 전형적이고 익숙한 신파죠.
90년대 초 대중문화가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 이상은 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수옥이 부르는 [보랏빛 향기]는 다른 시대 어떤 노래여도 상관이 없는 거죠. [써니]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영화에는 임의로 선택된 시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섬마을이라는
배경에 구체적인 특정 시대를 막연한 아날로그 배경으로 전환시키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른 장점들이 있습니다. 시대적 특성은 상대적으로 흐릿하지만 섬마을이라는 배경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그건 영화의 개성으로 연결되지요. 무엇보다 캐스팅이 만족스럽습니다.
중년배우들을 그렇게 잘 써먹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김소현, 주다영, 이다윗, 도경수, 연준석은 모두 역에 잘
어울리고 앙상블도 좋습니다. 이들의 팬이라면 만족했을 거라 생각해요.
(16/02/21)
★★☆
기타등등
액자 이야기에서 박용우 캐릭터의 무책임함엔 좀 짜증이 나더군요. 아무리 일이 싫어도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어야지.
감독: 이은희, 배우: 김소현, 도경수, 이다윗, 주다영, 연준석, 박해준, 김지호, 박용우, 이대연, 황석정, 박정민, 이범수, 다른 제목: Unforgettabl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Unforgettable_-_2016.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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