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Moonlight (2016)

2017.02.27 23:41

DJUNA 조회 수:9902


배리 젱킨스의 [문라이트]의 원작은 타렐 알빈 맥크레니의 희곡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입니다. 아직 연극으로 공연되지 않은 이 작품은 흑인 동성애자인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젱킨스는 맥크레니와 공유하는 경험이 많은 모양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마이애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약물중독자인 어머니가 있었대요. 젱킨스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었지만 [문라이트]의 주인공 소년이 겪었던 소외감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고 하지요.

영화는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세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세 이름이고 어린 시절, 십대 시절, 성인 시절의 한 시기를 담고 있어요. 시간을 다루는 이 방식 때문에 원작을 모르더라도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죠. 그렇다고 영화가 무대의 스타일에 갇혀 있다는 건 아닙니다만.

흑인남자의 성장기입니다. 단지 여기서 성장이란 강요된 수렴에 가깝죠. 어느 나라에서건 어른되는 과정이란 게 이런 수렴에 가깝지만요. 하여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샤이론은 예민한 동성애자 소년으로, 주변의 마초적인 흑인 남성 사회에서 늘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합니다. 당연히 관객들은 그가 다른 출구를 찾아내길 바라지만 샤이론을 둘러싼 세상은 그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흑인 남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죠.

폭력적인 밑바닥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문라이트]는 그런 영화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습니다. 고도로 세련된 아트하우스 영화예요. 왕가위와 허샤오시엔의 영향을 받은 영화적 교양이 풍부한 예술가의 작품인 것입니다. 캐릭터와 대사는 완벽하게 정련되었고 폭력적인 장면도 별로 없으며 시각적으로 무척 아름다워요.

이 스타일이 영화의 내용과 어울릴까요. 답은 "예"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건 마이애미 흑인 사회의 외면이 아니라 끝까지 정신적으로 이 세계에 통합되지 못한 한 남자의 내면이니까요. 완벽하게 어울리는 틀인 거죠. 보다 전형적인 스타일을 택했다면 오히려 캐릭터가 환경 속에 묻혔을 거예요. 특히 성인 샤이론은 터프한 척하지만 머천트-아이보리 영화에 나오는 영국인 남자들처럼 우아하게 억압된 주인공이거든요. 그의 진심이 터져나오는 후반부의 로맨틱한 아름다움도 그 정교한 세련됨에 바탕을 두고 있지요.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이니 직접 보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17/02/27)

★★★☆

기타등등
오늘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어요. 축하합니다. 시상식의 소동은 유감스럽지만.


감독: Barry Jenkins, 배우: Alex R. Hibbert, Ashton Sanders, Trevante Rhodes, Mahershala Ali, Janelle Monae, Naomie Harris, Jaden Piner, Jharrel Jerome, Andre Holland

IMDb http://www.imdb.com/title/tt497572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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