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Qiyue yu Ansheng (2016)

2017.07.25 01:22

DJUNA 조회 수:6397


[소울메이트]의 원작은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안니바오베이가 쓴 1998년작 웹소설 [칠월과 안생]입니다. 사실 [소울메이트]는 영어 제목이고 중국어 영화 원제는 같죠. 이 단편은 중국에서 인기가 상당한 편인지 이미 뮤지컬과 만화책으로 각색되었고 텔레비전 드라마 계획도 있는 모양이예요. 이 소스를 증지위의 아들인 배우 겸 감독 증국상이 영화로 만든 것이죠.

익숙한 이야기예요. 한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단짝친구 이야기요. 이 영화에서 그 단짝친구는 안생과 칠월입니다. 둘은 학교에서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첫눈에 반해 단짝친구가 되었고 그 뒤로 서로의 그림자처럼 붙어다녔습니다. 그러다 칠월은 같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가명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안생 역시 가명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 뒤 얼마되지 않아 안생은 고향을 떠나 방랑생활을 시작했고 칠월은 착실한 사회생활을 하며 가명과 결혼 준비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생이 칠월을 찾아와요.

이 정도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두 여자, 한 남자의 삼각관계 구성인데, 영화는 이런 부류의 다른 이야기와는 달리 무게 중심을 가명에게 두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린 가명이 어떤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어요.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고 영화 내내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가명은 안생과 칠월이라는 두 캐릭터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완전히 빼버리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안니바오베이는 삼각관계라는 친숙한 구도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관점에서 두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원작을 안 읽어서 짐작하는 것뿐이지만.

[소울메이트]는 격정적인 우정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멜로드라마에서는 우정과 성애를 분리하죠. 우정은 성애보다 약하고 일상적이고 무난한 감정으로 묘사되고 성애의 주변으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정을 보통 멜로드라마가 성애를 그리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고 격렬하고 로맨틱하게 그려요. 이들의 감정을 동성애로 읽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정 역시 사랑의 감정이고 얼마든지 우리에게 익숙한 편안한 영역을 벗어나 끝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화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삶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젊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영화 내내 칠월과 안생은 서로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두 개의 삶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의해 완성됩니다. 이는 원작에 추가된 영화의 결말에 의해 더 분명해져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칠월의 웹 소설을 안생과 가명이 읽는 액자구성은 영화가 추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 영화의 이 구성이 이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영화의 주제는 삶과 예술의 의미로 확장되지요.

작년 금마장 여우주연상 수상작입니다. 안생을 연기한 주동우와 칠월을 연기한 마사순이 공동수상했죠. 배우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두 배우의 캐스팅과 화학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전혀 다른 외모와 개성을 가졌으면서 완벽하게 어울리고 그러면서도 흥미롭게 충돌하는 커플이죠. 보고나서 이들의 전작들을 뒤지는 중입니다. (17/07/25)

★★★☆

기타등등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제가 본 첫 영화입니다. 상영관 조건이 조금 좋았다면 좋았을 텐데.


감독: Kwok Cheung Tsang, 배우: Dongyu Zhou, Sichun Ma, Toby Lee, Gang Cai, Ping Li, 다른 제목: SoulMate,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IMDb http://www.imdb.com/title/tt605429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6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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