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걸 (2014)

2014.12.27 23:47

DJUNA 조회 수:9330


정범식의 [워킹걸]은 섹스 토이에 대한 19금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끈적거리는 재미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가장 열심히 벗어나려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고정된 이미지입니다.

국내 최대 장난감 기업의 마케팅 팀장이었다가 엄청난 실수로 해고 당한 백보희란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보희는 같은 아파트 주민인 성인용품 가게 주인 오난희를 만나 동업을 하기로 결정하죠. 사업은 성공하지만 새 직업을 비밀에 붙이는 통에 온갖 종류의 소동이 벌어지는데, 그게 코미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굉장히 건전한 영화입니다. 불륜이나 성폭행 같은 건 안 다룹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당연시되는 관음증도 어느 정도 제거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섹스라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가 솔직하며 밝습니다. 종종 당연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석도 있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해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페미니즘과 보수적인 가족주의가 얽혀있는 영화입니다. 섹스라는 소재를 전면으로 끄집어내고 이를 두 여자주인공의 사업적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전체 이야기는 전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여성과 가족과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보수적이기보다는 관습적이죠. 특히 클라이맥스와 결말을 다루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이미 주어진 습관을 따르느라 영화 자체가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여요.

주로 [기담], [무서운 이야기]의 호러영화로 알려진 정범석의 첫 장르 코미디입니다. [무서운 이야기 2]의 [탈출]도 코미디였으니 첫 코미디는 아니죠. 도입부 장난감 회사를 다루는 표현주의적 태도에는 여전히 살짝 호러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영화는 굉장히 밝은 편입니다. 종종 난폭해지긴 하지만 컬러풀하고 밝죠. 어디까지가 감독의 선택이었는지 전 모릅니다.

배우들은 타이프캐스팅되었습니다. 조여정은 건강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 클라라는 섹시한 이미지, 김태우는 적당히 찌질한 이미지. 뭐, 이런 식입니다. 모두 캐릭터에 딱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끌고 가는 건 조여정이죠. 첫 장르 코미디라는데 검색해보니 정말 그렇군요. 당연히 몇 편 더 찍었는 줄 알았습니다. 클라라의 비중은 조여정보다 조금 작은 편인데, 둘의 관계 묘사와 이들의 사업 이야기가 조금 더 있는 들어가는 편이 이야기의 주제와 잘 맞았을 거 같습니다. (14/12/26)

★★☆

기타등등
1. 이탈리아 영화 리메이크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어디까지가 감독의 선택' 운운이라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원작을 챙겨보게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 여자주인공들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돌았는데, 이들의 남성 상대의 이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3. [워킹걸]은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의 마이크 니콜스 영화에서 따온 카피 제목이죠. 전 '영어 제목' 쪽이 더 좋습니다.


감독: 정범석, 배우: 조여정, 클라라, 김태우, 김보연, 라미란, 배성우, 조재윤, 고경표, 다른 제목: Casa Amor, Exclusive for Ladie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Casa_Amor_v__Exclusive_for_Ladie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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