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2014.02.23 01:37

DJUNA 조회 수:15682


데이빗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은 '앱스캠'이라는 작전명으로 알려진 FBI 스팅 작전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당시 FBI에서는 전문 사기꾼의 협조를 받아 가공의 아랍 족장을 만들어냈고, 그들의 뇌물을 받으려 한 정치가들을 체포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사건으로 한동안 루이 말이 댄 애크로이드와 짐 벨루시 주연의 코미디 영화로 만들 생각까지 했다더군요. 하지만 캐스팅까지 끝난 상태에서 짐 벨루시가 세상을 떠서 영화 계획은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 허슬]의 각본은 에릭 워렌 싱어의 [American Bullshit]이라는 2010년 블랙리스트 각본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화를 그대로 각색한 게 아니라 그 기본 상황만 재료로 삼아 자유롭게 창작한 작품이죠. 하지만 완성된 영화가 원래 각본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척 봐도 배우들의 애드립이 굉장히 많은 영화예요.

영화는 어빙 로젠필드와 시드니 프로서라는 사기꾼 커플을 소개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영국인으로 위장한 시드니를 내세워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을 꼬셔 돈을 뜯어내고 있죠. 완벽한 커플이지만 작은 결점이 두 개 있습니다. 로젠필드는 로잘린이라는 정신 사나운 여자와 결혼한 유부남이고, 둘의 사기는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인 FBI 요원 리치 디마소에게 발각되어 버리거든요. 디마소는 그들을 체포하는 대신 FBI 스팅 작전의 공범자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자로 찍힌 사람은 지나치게 열성적인 캠든시의 시장 카마인 폴리토입니다.

이 정도의 배경에 자유분방한 허구라니 치밀하기 짝이 없는 사기 작전을 다룬 코미디를 예상하실텐데, 그 방향으로는 안 갑니다. 그런 영화가 나오기엔 등장인물들이 모두 (데이빗 O. 러셀스럽게) 정신없어요. 그들은 도저히 한 방향으로 차분하게 갈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그 계획을 몽땅 망쳐버려요.

여기서부터 스토리는 배우와 캐릭터를 위한 놀이터로 제한됩니다. 어떻게 기승전결은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건 플롯이 아니라 종종 자기네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지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는 에너지 만빵의 캐릭터들이 시끄러운 즉흥연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카오스 자체입니다.

데이빗 O. 러셀의 이전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습니다. [파이터]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나왔던 배우들을 데려와 재배치했는데, 그 때문에 이전 영화들을 본 관객들에겐 살짝 혼란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애덤스, 제니퍼 로렌스, 제레미 레너, 브래들리 쿠퍼가 이렇게 신나는 앙상블 연기를 보여주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14/02/23)

★★★☆

기타등등
언제나처럼 크리스찬 베일은 잘 하는데, 굳이 그렇게 체중을 늘릴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 영화에서처럼 꼭 필요했던 것도 아닌 거 같아요. 분장으로 할 수 있는 건 그냥 분장으로 합시다.


감독: David O. Russell, 출연: Christian Bale, Bradley Cooper, Amy Adams, Jeremy Renner, Jennifer Lawrence, Louis C.K., Jack Huston, Michael Peña, Shea Whigham, Alessandro Nivola,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180024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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