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2013)

2013.01.14 23:51

DJUNA 조회 수:22790


[각설탕]과 [챔프]로 두 편의 승마 영화를 만든 다음, 이환경이 다음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배경으로 선택한 건 교도소입니다. 단지 그는 대한민국 교도소를 사실적으로 그릴 생각은 없었어요. 그가 그리는 곳은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멜로드라마 장르 교도소입니다. 교도소 안에 있는 수인들이 바깥에 있는 일반인들보다 더 인정이 많고 따뜻한 곳 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죄가 없는 데도 끌려온 주인공이 필요한데, 영화는 [아이 엠 샘]에서 설정을 많이 빌려왔습니다. 경찰청장의 딸을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6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착한 마트 직원 용구가 교도소 7번방에 들어왔는데, 그에게는 예승이라는 귀여운 딸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용구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고 질겁하던 7번방 사람들은 서서히 용구를 받아들이고 예승과 용구를 만나게 해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다른 영화들의 흔적들도 조금씩 보이는데, 많은 분들이 당연한 이유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언급하시더군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여러 가지 기성품 설정들을 하나씩 던집니다. 단지 이것들이 종종 방향을 틀기 때문에 관객들의 예상이 100퍼센트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예측불허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고 사지선다형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영화를 보면 7번방 사람들이 교묘하게 예승을 교도소 안으로 데려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선택을 해야죠. 예승을 계속 교도소 안에 두고 상황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고, 예승을 어떻게든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스릴러 성향의 코미디를 만들 수 있고, 아니면... 이런 식입니다.  예측 밖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답은 대부분 예측가능한 영역 안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판타지 설정인 후반부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염치없이 뻔뻔스러운 신파입니다. 관객들을 자극하기 위해 안 하는 것이 없는 영화예요. 그것이 인공적이어도, 기형적으로 과장되어 있어도, 사실성이 떨어져도 상관 없어요. 일단 먹히냐가 중요한 겁니다. 모든 관객들이 다 좋아할 필요는 없고 이런 식의 오골오골오골한 멜로드라마를 불평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만 만족시키면 됩니다. 여기에 굳이 냉소적이 될 필요가 있을까요.

단지 이 소재를 그렇게 감성적으로만 접근하고 소비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심이 됩니다. 반항 못하는 착한 사람 하나 잡아놓고 죽어라 두들겨 패는 것처럼 관객들의 누선을 쉽게 자극하는 방법은 없겠죠. 하지만 영화의 소재와 주제로 삼고 있는 계급 문제, 사법제도의 불공정성과 같은 것들은 그보다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멜로드라마 접근법을 위해 이런 식으로 현실성을 제거해가다보면 질문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요.

캐스팅은 좋습니다. 류승룡에서부터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정진영, 갈소원, 박신혜는 모두 적재적소에 배치되었죠. 캐릭터 대부분이 평면적이고, 설정도 평범하거나 이상하지만, 이들을 일단 거치면 무조건 힘을 얻습니다. 이들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고 스토리와 주제에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좋았겠지만요. (13/01/14)

★★☆

기타등등
용구의 딸 이름 예승은 감독의 딸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감독: 이환경, 배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정진영,  다른 제목: Gift From Room 7, Miracle in Cell No.7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Miracle_in_Cell_No_p_7.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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