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퀵의 소설을 각색한 데이빗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스크루볼 코미디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을 몽땅 말 많은 미치광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는 그 정도가 좀 심합니다. 이들 중 한 명은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병원에서 막 퇴원한 정신질환자입니다.

남자 주인공 팻의 상황은 난감합니다. 그는 아내 니키와 재결합하길 원하고 있는데, 그건 1년 전 아내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불륜 대상을 죽도록 두들겨 팼다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고 접근금지명령을 먹은 조울증 환자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죠. 그래도 그는 병적인 낙천성을 유지하며 그 목표에 집착합니다. 그 과정은 그에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상적입니다. 관객들에게는 아니지만.

여기에서부터 팻 만큼 상태가 안 좋은 여자주인공 티파니가 등장합니다. 얼마 전에 경찰인 남편을 잃은 티파니는 일하는 회사의 모든 사람들과 잠자리를 했다가 해고당했죠. 친구네 파티에서 팻을 만난 티파니는 그를 유혹하지만, 팻은 아직도 니키에게 충실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슬슬 팻과 티파니 주변의 다른 사람들로 영역을 넓혀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명퇴 후 스포츠 사설도박에 빠져 있는 팻의 아버지입니다.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쫓겨난 경력이 있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팬인 그는 온갖 종류의 강박증과 미신에 사로잡혀 있어서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에 비하면 팻의 엄마는 멀쩡하기 짝이 없는데, 이런 남자들 사이에서 그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이 아닐까요.

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줄거리 요약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도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개성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이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난장판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설정이 기성품이고 결말이 인위적이라는 건 모두가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들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배우 칭찬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일단 캐스팅과 앙상블이 최적화되어 있어서 한 사람만 칭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꼭 한 명을 고르라면 대부분 티파니 역의 제니퍼 로렌스를 택하게 될 것입니다. 연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무척 좋지만) 22살밖에 안 된 이 젊은 배우가 내뿜는 '스타'의 아우라는 도저히 무시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벌써 저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 정도. (13/02/02)

★★★☆

기타등등
원작가 매튜 퀵 자신이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팬이라고 합니다. 

감독: David O. Russell, 배우: Bradley Cooper, Jennifer Lawrence, Robert De Niro, Jacki Weaver, Chris Tucker, Anupam Kher, John Ortiz, Shea Whigham, Julia Stiles, Paul Herman, Dash Mihok

IMDb http://www.imdb.com/title/tt104565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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