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 The Next Three Days (2010)

2010.12.13 23:47

DJUNA 조회 수:11221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폴 해기스의 [쓰리 데이즈]도 프랑스 영화의 리메이크더군요. 원작은 뱅상 랭덩과 디안 크루거가 나오는 [Pour elle]라는 영화랍니다. 전 그런 영화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고요. 아마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미국 비평가들도 리메이크만 봤겠죠.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영화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남편인 존은 근처 초급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아내인 라라도 무슨 회사에 다니나봅니다. 그들 사이에는 3살짜리 아들 루크가 있고요. 이들의 일상은 다음 날 아침 폭탄에 맞은 것처럼 파괴되는데, 라라가 그만 전날 밤 상사를 살해했다는 죄로 체포되었기 때문이죠. 존은 3년 동안 아내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해 뛰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이제 그에게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습니다. 감옥이 바뀌기 전에 아내를 탈옥시키는 것이죠. 


존 같은 평범한 남자에게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영화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긴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이면 관객들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 믿을 겁니다. 요새 크로우는 어느 영화에 나와도 크로우 같으니까요. 이건 부정적인 평가일 수도 있고 긍정적인 평가일 수도 있는데, 전 그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렵니다. 그건 그가 거의 불가능한 액션을 펼치는 동안에도 충분히 보통 사람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스타의 개성이 이렇다면 이용해 먹어야지요.


영화는 느긋한 속도로 그가 어떻게 탈옥계획을 세우는지 보여줍니다. 전직 탈옥범으로부터 조언도 받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가짜 여권을 입수하려다 곤경에도 처하고... 이들 중 어느 정도까지가 가능한 것인지는 몰라도 저에겐 대부분 썩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만약 실제 세계에서 불가능하다고 해도 영화가 이 정도 공을 들여 디테일을 꼼꼼하게 보여준다면 관객들은 대충 받아들이게 되지요.


영화가 그리는 존과 라라의 캐릭터와 상황도 저에겐 재미있었습니다. 관객들은 라라가 과연 유죄인지, 무죄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증거가 단단하고, 라라 역시 그런 일을 저지를 법한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죠. 존도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는 아내를 믿고 이 불가능한 일을 행동에 옮깁니다. 왜냐 하면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내를 믿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내는 결백해야 하기 때문에... 써놓고 보니까 그의 논리는 신의 존재증명처럼 바보스럽지만, 그 부조리함 때문에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서스펜스는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자극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에게 주어진 상황이 극단적이어서 쉽게 해피 엔딩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아무리 러셀 크로우가 주연인 영화라고 해도, 이런 입장의 사람들이 완벽하게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이지 않습니까? 그냥 이들 모두가 자폭하는 결말이라도 관객들은 이해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이 조금 수월하게 맺어졌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10/12/13)



기타등등

테니스 공으로 자동차 문을 여는 트릭은 [호기심 해결사]에서 한 번 다루지 않았던가요? 거기선 실패했던 것 같은데. 


감독: Paul Haggis, 출연: Russell Crowe, Elizabeth Banks, Michael Buie, Olivia Wilde, Brian Dennehy, Helen Carey, Jason Beghe, Aisha Hinds, Liam Neeson, RZA


IMDb http://www.imdb.com/title/tt145817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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