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

2011.04.29 13:35

DJUNA 조회 수:20503


시카고로 가는 통근열차 안에서 졸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뜹니다. 앞에서는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여자가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그 여자가 누군지 모르고 자기가 왜 거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아는 건 그가 콜터 스티븐스라는 헬기 조종사이고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멍한 상태로 열차 안을 방황하던 그는 끔찍한 일을 당합니다. 열차 안의 폭탄이 터져 다른 승객들과 함께 목숨을 잃은 겁니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밀폐된 기계 안에서 깨어나요. 밖에서는 장교 한 명이 그의 기억을 되살려주려고 하면서 그가 소스 코드라는 곳 안에서 임무 수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소스 코드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건 죽은 사람의 마지막 8분을 체험하게 하는 기계입니다. 하지만 그냥 경험만 하는 게 아니에요. 사용자는 그 세계 안에서 사람들이나 사물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사건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죽은 사람들의 기억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거기엔 그들이 일차 경험만이 담겨있으니까요. 이 기계를 만든 과학자는 양자론과 관련된 이야기라 너 같은 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음, 제 생각엔 이 기계가 사용자의 뇌를 평행우주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매 접속 때마다 다른 경험이 가능한 거겠죠.


수많은 선례들을 제시될 수 있을 겁니다. 전 두 가지만 언급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사랑의 블랙홀]로, 영화는 여기서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형식을 빚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퀀텀 리프]로,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과거를 바꾼다는 아이디어를 빌어왔습니다. 아마, 다른 영화나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두 작품을 떠올릴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장르 세계에서 아이디어란 재사용되기 마련이니까요.


이론과 선례를 따질 시간 따위는 없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 안에 제대로 된 이론이 숨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요한 건 이 열차 폭발 사건이 앞으로 일어날 연쇄 테러의 시발점에 불과하며 앞으로 주인공이 몇 시간 동안 범인을 알아맞히지 않으면 시카고에서는 핵폭탄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소스 코드의 운용자들은 이 정보를 다 어디서 얻었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히 설명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상관 없습니다. 이 구멍들은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귀찮아서 설명을 생략했지만 설명이 없으라는 법도 없죠. 구멍은 많아도 주인공이 이 반복되는 8분의 시간 속에서 연애하고, 자신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리고,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고, 반항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소스 코드]는 이를 재미있게 합니다. 영화는 빠르고 민첩하고 액션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뽑아내며 연애도 제대로 시킵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죠. 엔드 크레딧까지 포함해서 93분밖에 안 되는 러닝타임을 아주 야무지게 써먹고 있어요.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드라마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서는 존재론적인 고민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죽음과 인권에 대한 보다 심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회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자'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택한 것이 이 질문에 대한 최선의 대답인지는 의심이 갑니다만, 그래도 결말은 만족스럽습니다.


[소스 코드]는 [더 문]의 던컨 존스가 만든 두 번째 영화입니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정체성 혼란에 빠진 남자가 자기를 이용하려는 음모 세력과 싸운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지요. 벤 리플리의 각본을 골랐을 때도 그의 취향이 반영되었을 수 있죠. 그래도 이 영화의 진짜 승자는 벤 리플리인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대표작이 언급하기도 민망한 [스피시즈] 속편들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요. 이 정도면 엄청난 발전이죠. 말 그대로 '퀀텀 리프'죠. 피지 못한 재능은 온갖 곳에 숨어 있습니다. (11/04/29)


★★★☆


기타등등

1. [퀀텀 리프]의 주연배우 스코트 바쿨라가 마지막에 목소리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물론 우연이 아닙니다. 


2. 아무도 콜터가 몸을 빌린 불쌍한 교사 숀 펜트리스의 운명에 관심이 없는 거 같습니다.

 

감독: Duncan Jones, 출연: Jake Gyllenhaal, Michelle Monaghan, Vera Farmiga, Jeffrey Wright, Michael Arden, Cas Anvar


IMDb http://www.imdb.com/title/tt094551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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