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오브 라이트 Ni guang fei xiang (2012)

2013.03.10 15:03

DJUNA 조회 수:7045


황유시앙은 대만출신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입니다. 이런 걸 보고 보통 인간승리라고들 하죠. 그런 그의 일생을 바탕으로 주인공 황유시앙 자신이 직접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 이야기만 들어도 손발이 오골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장영치의 [터치 오브 라이트]는 그런 오골거림과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오골거림의 조건을 다 갖추었으면서도 영화는 감상주의와 클리셰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요. 일부러 그러는 티가 아주 안 나는 건 아닙니다만.

기자간담회에서 황유시앙이 한 말을 들어보니, 영화 속 이야기의 50퍼센트 정도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황유시앙 파트는 꽤 충실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영화에서 황유시앙은 두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나머지 한 명은 무용수를 꿈꾸는 버블티 가게 점원인 치에입니다.

영화는 이 둘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진행시킵니다. 황유시앙은 집을 떠나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입하지만 학교 적응이 쉽지 않고 친구 사귀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대학에서 무료 강습을 듣는 치에를 만나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아닙니다. 두 주인공에게 각각 자신의 길을 따르게 도와주는 촉매에 가깝지요. 연애물의 분위기가 감돌긴 하지만 진짜 연애까지는 가지 않고요.

영화는 황유시앙의 장애나 치에의 경제적 문제점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습니다. 둘다 불편한 장애물이긴 하지만 이것들의 극복 자체가 영화의 주제는 아니죠. 이들의 이야기에서 이런 불편함은 당연한 삶의 과정입니다. 평범한 주제일 수는 있는데, 그를 그려내는 담담한 정직함 때문에 결과는 신선하고 맑습니다. 

치에 역의 상드린 피나가 전문배우로서 연기하고 있다면, 황유시앙은 불필요한 기름기를 쫙 빼고 담담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주인공의 개인적 매력은 영화의 강점 중 하나죠. 두 배우의 어울림도 좋고요.  (13/03/10)

★★★

기타등등
부산에서는 [빛의 손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영화입니다. 전 그 제목이 더 좋아요.

감독: Rong-ji Chang, 배우: Huang Yu-Siang, Lee Lieh, Sandrine Pinna,  다른 제목: Touch of the Light, 빛의 손길

IMDb http://www.imdb.com/title/tt23689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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