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마틴은 1980년 칼 라이너, 조지 가이프와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죽은자는 체크무늬를 입지 않는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영화에 옛날 영화의 클립을 삽입한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낸 모양인데, 이걸로 영화 한 편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는 거죠. 세 사람은 옛날 흑백영화들을 돌려보면 협동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영화가 한 편 나왔습니다.

영화는 존 헤이 포레스트라는 과학자 겸 치즈제조가가 수상쩍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그의 딸 줄리엣은 릭비 리어든이라는 사립탐정에게 이 사건을 의뢰합니다. 리어든은 포레스트의 연구실에서 '카를로타의 친구들'과 '카를로타의 적들'이라는 리스트를 발견하고 이를 단서로 삼아 수많은 용의자들을 만나고 결국 사건을 해결해요. 그 동안 줄리엣과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흔해빠진 필름느와르/사립탐정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하나도 안 중요합니다. 중요한 건 형식입니다. 이 영화에서 리어든이 만나는 용의자, 사건 관계자들은 대부분 옛날 필름느와르, 갱영화, 스릴러 영화의 클립에서 잘라온 것입니다. 그 때문에 라나 터너, 험프리 보가트, 바바라 스탠윅, 베티 데이비스, 조운 크로포드, 베로니카 레이크, 버트 랭커스터, 제임스 캐그니, 레이 밀런드, 앨런 래드, 프레드 맥머레이, 캐리 그랜트, 에이바 가드너와 같은 옛날 배우들이 총출동할 수 있었던 거죠. 심지어 험프리 보가트는 릭비 리어든의 친구인 필립 말로로 출연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아귀가 잘 맞는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어긋남을 농담으로 쓰고 있어요. 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릭비 리어든을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는가? 그거야 그가 가명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왜 그는 옆에 있는 줄리엣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굳이 자신이 금발 미녀로 변장하는가? 그거야 그가 프레드 맥머레이와 만나는 장면에서 [이중배상]의 클립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원조크로 일관하는 영화이긴 한데, 그래도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고 다음엔 어떤 농담이 나올지 계속 궁금해지는 영화라 약발이 빨리 닳는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취향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거란 생각이 듭니다만.

이디스 헤드와 미클로쉬 로자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영화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이것도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진짜예요. 헤드는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고 영화는 헤드에게 헌정되었습니다. (15/03/14)

★★★

기타등등
도입부에서 릭비가 기절한 줄리엣을 성추행하는 장면은 맘에 안 듭니다. 결말에서 역방향으로 해결하려 하긴 하는데, 그래도 같은 상황이 아니죠.


감독: Carl Reiner, 배우: Steve Martin, Rachel Ward, Carl Rein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37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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