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늑대들 The Sea Wolves (1980)

2013.02.18 00:22

DJUNA 조회 수:7989


얼마 전에 [바다의 늑대들]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끔찍한 화질에 4:3 화면비율인 DVD로요. 보면서 좀 심하다 싶었어요. 커버에는 1.85:1이라고 박혀 있었는데. 하긴 이런 정보를 순진하게 믿으면 바보죠.

그레고리 펙, 데이빗 니븐, 로저 무어와 같은 스타들이 나오는 전쟁영화입니다. 1980년대 작품이니, 이들 모두가 상당히 나이가 들었죠. 1978년에 나온 [와일드 기스]라는 영화를 기억하실지 모르겠군요. 같은 감독과 같은 작가가 같은 회사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이 사람들은 [와일드 기스]에 출연했던 주연배우들을 [바다의 늑대들]에도 다 끌어올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성공하지 못했죠. 그래도 위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 이름값만 해도 상당한 편입니다. 

실화입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인도양을 지나는 연합군의 함대가 계속 유보트의 공격을 받아 격침당합니다. 이들의 루트가 독일 첩보원들에 의해 유출되고, 이 정보는 인도의 포르투갈 영토 고아에 정박되어 있는 세 척의 독일군 선박을 통해 유보트에 전달되었죠. 이들을 그냥 격침시키면 외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국군에서는 '캘커타 라이트 호스'라는 퇴역군인들에게 이 일을 맡깁니다. 문제가 생기면 술취한 민간인들의 소동이라고 우길 수 있게요. 이 임무는 그 뒤로도 몇십 년 동안 비밀에 붙여졌다가 영화가 만들어지기 몇 년 전에야 기밀해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그레고리 펙과 데이빗 니븐이 연기하는 루이스 푸와 빌 그라이스가 피비라는 바지선을 타고 독일군 선박을 파괴하려는 동안, 로저 무어가 연기하는 개빈 스튜어트는 지상에서 '크롬웰 부인'이라는 가명을 쓰는 독일군 스파이와 얽힙니다.

굳이 비교하라고 한다면 피비의 이야기가 크롬웰 부인의 이야기보다 재미있습니다. 노인네들이 바다에서 배멀미와 악전고투하며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에는 진짜 날것의 드라마가 있지요. 실화에 가까운 부분도 이 부분일 거고요. 그에 비하면 '크롬웰 부인'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장르적입니다. 당시 007 현역이었던 로저 무어에 맞춘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계속 나오는 베드신은요.

모험, 첩보, 로맨스가 괜찮은 비율로 섞여 있는 오락 영화입니다. 단지 지금 와서 보면 많이 투박하죠. 하긴 당시 관객들이 액션 영화에서 기대했던 건 요새 영화와 많이 달랐습니다. 액션 영화 만드는 재미는 당시가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13/02/18)

★★☆

기타등등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로이 버드는 리처드 아딘셀의 바르샤바 콘체르토를 편곡해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던데, 저에겐 좀 게을러 보이더군요.  

감독: Andrew V. McLaglen, 배우: Gregory Peck, Roger Moore, David Niven, Trevor Howard, Barbara Kellerman, Patrick Macnee, Kenneth Griffith, Patrick Alle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147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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