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제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원작은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스티그 라르손이 쓴 동명의 삼부작 소설 1권이 원작이죠. 원래는 10부작을 의도한 작품이지만, 라르손은 4부를 쓰다가 죽어버렸죠. 그 때까지 라르손의 컴퓨터 안에만 있던 소설들은 작가 사후에 출판되어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전1권만 읽었는데, 영화로 각색하는 게 꽤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미완성이에요. 그러니까 작가가 살아있을 때 출판을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양으로 나왔을 거라고 전 거의 확신합니다. 대부분 프로페셔널한 작가들은 "피고름으로 쓴 글이에요! 한 글자도 못 고쳐요!" 따위의 고집 따위는 부리지 않고 편집자들과 의견 소통 과정을 거쳐 작품을 손보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영화로 옮기면서 이 완성되지 못한 모양을 수정할 수 있는 거죠. 또다른 종류의 편집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야기는 전통적인 스칸디나비아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습니다. 밀레니엄이라는 잡지를 운영하는 저널리스트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방예르라는 거물급 사업가로부터 40년 전에 일어난 조카딸의 실종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방예르 집안 사람들의 어두운 뒷면을 파헤치던 블롬크비스트는 중간에 천재 해커지만 반사회적인 기질이 농후한 보안회사 직원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팀을 이루게 되지요. 그리고 두 사람이 밝혀낸 사건은 단순히 한 건의 살인사건이 아니라, 여성혐오와 기독교 광신, 나치즘, 인종차별이 뒤섞인, 수십 년에 걸친 연쇄살인입니다.


각본은 원작을 근사하게 요약해냈습니다. 1년에 걸쳐 일어나는 원작의 액션을 반 년으로 줄였고,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쳐냈으며, 모자란 부분을 채웠습니다. 재미있지만 구성 면에서 조금 이상했던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깔끔하고 고전적인 모양새를 갖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부분도 빠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짧아요.


영화를 보다 보면 라르손의 이야기가 소설보다는 오히려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블롬크비스트와 살란데르가 과거의 비밀을 캐내는 데에 사용하는 단서는 모두 옛날 사진들입니다. 그들은 이 사진들을 확대하거나 이어붙여 동영상을 만들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찾아냅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블로우 업]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요. 이 아이디어는 소설 속에서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영화에 들어와서야 진짜 생명력을 얻죠.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이 나는 건 스토리가 아니라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캐릭터입니다. 추리소설의 플롯 안에서 공식적인 주인공은 (작가 자신과 은근슬쩍 닮은) 블롬크비스트입니다. 하지만 블롬크비스트가 스토리를 끌어가는 동안에도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건 살란데르죠. 몸에 문신을 잔뜩 하고 코와 눈에 피어싱을 한 이 젊은 여성은 뛰어난 탐정이고 액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 강렬한 정서적 에너지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 때문에 존재 자체가 서스펜스입니다. 그리고 전 소설의 살란데르보다는 영화 속 살란데르가 더 멋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불필요한 심리묘사를 잘라내니까 더 매력적이 되었죠. 살란데르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의 존재감 역시 플러스고요.


영화의 소재와 주제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과 살인이니, 당연히 보기 힘든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 가장 끔찍한 장면은 살란데르 자신이 피해자입니다. 원작과 영화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몇몇 이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원작자의 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의 끔찍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직접 그 끔찍함을 그릴 수밖에 없죠. 그리고 살란데르는 결코 단순한 피해자로 남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구하고 남을 구하고 당당한 처벌자로 나서죠. 비록 그 과정이 법적으로 그리 깔끔한 건 아니라고 해도요... 사실 법적으로 깔끔하지 않아서 더 통쾌한 건지도 모르죠.(11/12/20)


★★★☆


기타등등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리메이크 판도 곧 개봉해요. 수입사에서는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이 개봉되기 조금 전에 오리지널 판을 개봉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음. 모르겠습니다. 이러니까 오히려 오리지널 판이 더 짝퉁처럼 보이거든요. 

 

감독: Niels Arden Oplev, 출연: Michael Nyqvist, Noomi Rapace, Lena Endre, Sven-Bertil Taube, Peter Haber, Peter Andersson, Marika Lagercrantz, Ingvar Hirdwall, Björn Granath, Ewa Fröling, 다른 제목: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IMDb http://www.imdb.com/title/tt11326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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