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렌더 맨 Slender Man (2018)

2019.10.28 21:51

DJUNA 조회 수:4351


[슬렌더 맨]에 나오는 동명의 괴물은 미국 인터넷 도시전설의 주인공입니다. 다른 도시전설 주인공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원이 분명하다는 거죠. 창작자와 생년월일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2009년 6월 10일, 빅터 서지라는 가명을 쓰는 에릭 크누트센이라는 인터넷 사용자가 Something Awful이라는 인터넷 포럼의 콘테스트에 올린 사진들이 시작이죠. 크누트센은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크고 마른 남자 모습을 한 슬렌더 맨이라는 괴물을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텍스트를 덧붙였는데, 이게 인터넷 사용자들의 집단 창작에 불을 붙였습니다. 슬렌더 맨을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팬픽과 팬아트가 태어났어요. 그러다가 2014년에 발동이 걸렸습니다. 슬렌더 맨 이야기에 빠진 위스콘신의 여자아이 둘이 같은 반 여자아이를 19번이나 칼로 찔러 죽이려 했던 것이죠. 아이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더 이상 이 이야기는 게임일 수 없었습니다. 그 시기 이후로 슬렌더 맨의 인기는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했어요.

위스콘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슬렌더 맨은 훌륭한 호러 영화 소재였을 겁니다. 특별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출처가 분명한 그림과 텍스트가 거의 완벽한 도시 전설의 불꽃이 되었으니까요. 다른 호러 영화와 구별되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 도시 전설의 실제 희생자가 나왔다면 사정이 다르죠. 실제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가능한 거의 모든 허구를 압도해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소재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예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풀리던가요. 2018년에 영화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영화는 미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링]스럽습니다.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슬렌더 맨을 소환한다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데, 그 뒤로 아이 한 명이 실종되고 다른 아이들에게 불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슬렌더 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호러 괴물 전담 배우인 하비에르 보테트가 이 역할을 하고 있죠.

[슬렌더 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냥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기교가 떨어집니다. 이 지루한 문장으로 대부분이 설명되는 영화예요. 슬프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인다면, 분명한 자기 성격이 있는 소재를 주었는데 그 개성을 살릴 기회를 포기하고 흔한 [링] 아류작으로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지적해야겠군요. [슬렌더 맨]은 메타 호러여야만 그나마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위스콘신 사건 이후에도 슬렌더 맨의 이야기가 기원담 없이 그냥 먹힐 거라고 천진난만하게 믿어버렸어요. (19/10/28)

★☆

기타등등
빅터 사지가 원작자로 크레디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네, 슬렌더 맨은 저작권이 걸려 있는 캐릭터입니다.


감독: Sylvain White, 배우: Joey King, Julia Goldani Telles, Jaz Sinclair, Annalise Basso, Alex Fitzalan, Taylor Richardson, Javier Botet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569036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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