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궁매영: 유령극장]의 배경은 1930년대 상하이입니다. 당시의 거칠고 어두운 부분은 대부분 제거하고 표면적인 화려함만 남겨놓은 것 같은 곳이지요.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버려진 극장입니다. 10여년 전 화재사고가 일어나 곡예단 단원들이 몰살당한 뒤로 귀신 들렸다는 소문이 드는 곳이에요. 젊은 영화감독인 구 웨이방은 이 곳을 배경으로 귀신 영화를 만들려 합니다. 인기 여자배우 멍 쓰판을 캐스팅해서 촬영에 들어갔는데, 상대역 남자배우와 제작자가 갑자기 자연발화로 죽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구 웨이방은 자기 자신이 직접 상대역을 연기하며 촬영을 이어가지만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요...

제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가 보입니다. 30년대 상하이, 귀신 들린 극장, 그 안에서 영화를 찍으려는 팀들.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지요. 이들을 갖고 기본만 해도 전 영화를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걸 못하더군요.

이 작품이 진짜로 귀신 영화가 아니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실망스럽지만 그럴 수 있는 거고, 영어 제목만 봐도 짐작은 할 수 있으니까요. [Phantom of the Theatre]. [오페라의 유령]의 전통을 따르는 영화지요. 10여년 전 화재에서 살아남은 누군가가 극장에 살고 있고, 극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살인도 초자연현상이 아닙니다. 흠, 이 영화는 중국과 홍콩 합작 영화인데, 중국에서 상영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이야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심지어 귀신 나오는 영화는 검열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1930년대 중국에서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영화가 호러 대신 택한 멜로드라마가 진부하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군데군데 재미없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거의 일일연속극 같은 고루한 통속성이 이를 잡아먹습니다. 더 나쁜 건 처음부터 복수극으로 설정된 드라마이면서 그 당연한 복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대했던 할 카타르시스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불만만 잔뜩 쌓이더군요. 왜 요새 복수극을 만드는 사람들은 복수를 한다는 그 간단한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요? (20/05/26)

★★

기타등등
남주는 연기한다면서 안경을 쓰니까 김건모처럼 보이더군요.


감독: Wai-Man Yip, 배우: Ruby Lin, Tony Yo-ning Yang, Simon Yam, Gangshan Jing, Huan Huang, Jiangguo Lin, Ming Hu, Natalie Yao Meng, Xudong Wu, Patricia Ha, Zhi Han, Zifeng Zhang, Xiaochuan Li, Lei Huang 다른 제목: Phantom of the Theatre

IMDb https://www.imdb.com/title/tt563965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0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