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박쥐 The Devil Bat (1940)

2020.05.31 20:40

DJUNA 조회 수:1289


폴 캐러더스는 히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의사 겸 화학자입니다. 이웃에게 인기 있고 친절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사람의 속은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화장품 회사가 이 사람의 발명품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었으면서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분노한 캐러더스는 회사 사람들을 대상으로 완전범죄를 계획합니다. 평범한 박쥐를 전기자극을 주어서 커다란 연 크기로 성장하게 한 뒤 살인 도구로 쓰는 것이죠. 죽일 사람에게는 자신이 발명한 애프터셰이브를 발라주는데, 그러면 박쥐는 그 냄새를 추적해 그 사람을 공격합니다. 희생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애프터셰이브를 발라요. 자신이 캐러더스에게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다보면 "당신은 몽상가야. 몽상가들에겐 큰 돈이 필요 없어." 같은 대사가 나오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있던 저도 그냥 울컥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진 야브로의 [악마 박쥐]는 PRC(Producers Releasing Corporation)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첫 번째 호러영화입니다. 이 회사는 소위 'Poverty Row'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B 영화 제작사 중 하나였어요. 1939년에 설립되어 저예산 B 영화를 만들다 1947년에 없어졌는데, 그래도 챙겨볼 영화들이 있습니다. 에드가 G. 울머, 더글러스 서크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서 일했지요. [악마 박쥐]는 [우회로]같은 걸작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래도 벨라 루고시 팬들은 좋게 기억하는 영화입니다. 연기도 좋고요. [드라큘라] 이후로 익숙해진 그 과장된 호러 연기는 줄었고 대신 친절한 외양 속에 분노를 숨기고 있는 보다 현실적인 악당을 연기하는데, 그게 상당히 좋아요. 전 루고시의 악역에 공감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했습니다.

루고시를 빼면 남는 건 그렇게 많지 않지요. 이 사건을 수사하는 기자와 사진기자 콤비는 존재감이 없고,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추리물의 스토리는 그냥 평범합니다. 여기에 삽입되는 코미디는 자연스럽지만 큰 의미는 없고요. 그리고 결말은 지금까지의 줄거리만 봐도 예측 가능하지 않겠어요? (20/05/31)

★★☆

기타등등
[Devil Bat's Daughter]라는 속편이 있습니다. 캐러더스 박사의 딸이 주인공이라고. 내용을 검색해보니 얼마 전에 다룬 [지킬 박사의 딸]과 비슷한 거 같아요.


감독: Jean Yarbrough, 배우: Bela Lugosi, Suzanne Kaaren, Dave O'Brien, Guy Usher, Yolande Donlan, Donald Kerr, Edmund Mortimer, Gene O'Donnell, Alan Baldwin, John Ellis, Arthur Q. Bryan, Hal Price, John Davids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239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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