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 (2022)

2022.10.30 21:56

DJUNA 조회 수:1710


[미혹]의 감독 김진영은 2018년에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스릴러 소설을 낸 적 있는 작가인데, [아몬드]와 [침입자]의 손원평처럼 원래 영화감독 출신입니다. [미혹]의 각본도 소설 히트 전인 2014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소설의 히트로 장편영화를 찍을 기회를 얻은 셈이죠.

관습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입니다. 같은 주에 개봉한 [귀못]과도 몇몇 소재를 공유하죠. 익사한 아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여자 주인공, 으스스한 시골 집 기타등등 기타등등. 하지만 여러 모로 [미혹]이 [귀못]보다 낫습니다. [귀못]은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를 얻은 텔레비전 단막극이니 두 영화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지만요.

얼마 전 사고로 아들 한별을 잃은 현우가 시골 목사인 남편 석호와 함께 고아원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남자아이 이삭을 입양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호러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는 이 장애를 신비화하고 있어요. 이삭은 한별의 유령을 봅니다. 전부터 죽은 사람들이 보였고 전에 파양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식스 센스] 말고도 여러 레퍼런스가 보이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귀신들린 휠체어는 [체인질링]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죠. 감독이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 연결선이 있습니다. 장르란 그런 식으로 과거의 작품들을 인용하며 만들어지니까요.

영화에 고유의 개성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은 종교라는 소재입니다. 개신교, 그것도 한국 개신교요. 영화는 이 종교를 배타적인 미신으로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미신은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끔찍한 영향을 끼치지요.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는가, 그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개신교 신앙의 부정적인 면은 여전히 남습니다. 특히 큰딸 주은은 종교가 아이들을 어떻게 망쳐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의 모범적인 사례지요.

얼핏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신이 멀쩡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목사인 석호 같습니다. 가족 안에서도 그렇고 교회의 신자들과 비교해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것은 이 남자가 기독교의 가부장적 시스템 안에서 가장 안전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보면 석호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목사로서, 무엇보다 공감력 떨어지는 한 남자로서 이 모든 사단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고어 효과나 점프 스케어와 같은 자극적인 호러 도구를 많이 쓰는 영화는 아닙니다. 깔끔하게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고요. [미혹]의 공포는 서서히 병약한 영혼을 죄의식과 광기로 갉아먹어가는 종류의 것입니다. 스타일이나 기교면에서 도전적이지는 않아도 영화는 이 지옥이 만들어내는 폐소공포증을 정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적절히 캐스팅된 배우들(특히 박효주와 경다은)이 여기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22/10/30)

★★★

기타등등
[마당이 있는 집]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데, 감독은 직접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감독: 김진영, 배우: 박효주, 김민재, 경다은, 박재준, 안예림, 김라온, 송하현, 차선우, 다른 제목: The Other Child

IMDb https://www.imdb.com/name/nm195595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2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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