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2010)

2010.05.14 20:00

DJUNA 조회 수:9876


[나이트메어]의 리메이크를 만드는 일을 하늘이 금지했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5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만, 크리스토퍼 리의 드라큘라도 자기만의 멋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작업을 통해 무엇이 나올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래도 마이클 베이가 제작하는 7,80년대 호러 리메이크작에 별다른 기대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베이의 리메이크작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리즈인데, 지금까지 이 시리즈가 관객들이나 팬들을 만족시켰던 경우는 거의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 이런 영화들을 만드는 건 일종의 수집벽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며칠 전, 악명 높았던 마이클 베이 표 [나이트메어] 리메이크를 봤습니다. 보면서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 형편없는 리뷰를 받은 호러 영화 대부분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말 장점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힘들죠. 새 [나이트메어] 영화에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가 몇 개 있고, 몇몇 호러 장면도 그럭저럭 소비될 만 합니다. 이 정도면 할 건 했다고 생각해요. 마이크로 수면과 같은 새로 도입된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이 영화가 팬들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이유의 일부는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겁니다. 프레디 크루거를 로버트 잉글런드가 연기하지 않았고 심지어 분장도 다르잖아요. 아마 이 시리즈의 팬들은 [나이트메어] = 프레디 크루거 = 로버트 잉글런드의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굳이 여기서 자유를 얻을 생각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 앞에 낯선 분장을 한 재키 얼 헤일리가 나타나 자기가 프레디 크루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합니다.


재키 얼 헤일리의 프레디 크루거는 어떤가. 그는 로버트 잉글런드의 프레디와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잉글런드의 프레디는 오페라 테너처럼 과시적인 괴물입니다. 카리스마 넘치고 요란하죠. 하지만 재키 얼 헤일리는 조용하고 지쳐보이며 위축되어 있습니다. 얼굴의 화상을 표현주의적으로 재구성한 오리지널 프레디의 분장과는 달리, 재키 얼 헤일리의 분장은 그냥 화상처럼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프레디 크루거에게 어떤 매력을 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웨스 크레이븐이 잠시 다루었던 버렸던 원래 설정을 다시 취한 건 특히 결정적이었죠. 그는 그냥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스토커입니다.


팬들은 이 선택을 증오하겠지만, 전 일단 이를 좋게 받아들이려 합니다. 아니, 왜 우리가 프레디 크루거를 좋게 봐야 합니까? 왜 우리가 그에게 매료되어야 하나고요. 그가 하는 짓들 중 우리가 예쁘게 봐야 할 것이 단 하나라도 있나요? 알아요. 그 당연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렬한 괴물들에게 쉽게 매료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리메이크 판 [나이트메어]는 원작 시리즈보다 더 솔직한 영화입니다.


물론, 제가 아무리 이 장점의 가능성에 대해 읊는다고 해도, 이 영화의 질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심심한 괴물은 심심한 영화로 연결됩니다. 리메이크 판 [나이트메어]는 나쁘다기보다는 심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원작이 가졌던 생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보고 있으면 원작에 대한 시니컬하고 열의없는 블로그 리뷰를 한 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0/05/14)


★★


기타등등

아론 유가 카메오로 잠시 나옵니다.


감독: Samuel Bayer 출연: Jackie Earle Haley, Kyle Gallner, Rooney Mara, Katie Cassidy, Thomas Dekker, Kellan Lutz, Clancy Brown, Connie Br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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