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2010)

2010.07.29 10:30

DJUNA 조회 수:20945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은 1편과 마찬가지로 거의 불가능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전교 1등에서부터 30등까지의 아이들이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에 미치광이 살인마가 들어와 아이들을 한 명씩 죽이기 시작하는데, 그 아이들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외부와 연락을 취하지도 못하고 탈출도 못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대한민국의 학교는 감옥이지만 그건 비유적인 의미로나 그렇습니다. 맘 먹고 나가려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지요. 선생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면 더욱 그렇고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 훤하게 뚫려있는 창문들을 보며 왜 아이들이 저것들을 깨지 않는지 궁금해했던 겁니다. 아니, 깰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그냥 안에서 잠겨 있었을 가능성이 더 크죠.


영화 만든 사람들도 그게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는 건 알았을 겁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겠어요. 하지만 영화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은 십대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한 명씩 살해하며 관객들의 비명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면 그게 아무리 말이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하긴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다녔던 관객들에게 이건 나쁘지 않은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여고괴담] 시리즈와 전혀 다른 의미에서요.


하지만 호러영화로서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전혀 무섭지가 않아요. 전 이 영화를 개봉 첫 날에 일반 관객들과 함께 보았는데, 단 한 번도 비명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우선 호러가 너무 짧습니다. 이 영화에서 본격적인 살인은 수많은 캐릭터들을 한 명씩 설명하는 도입부 소개로 러닝타임을 3분의 1을 낭비한 뒤에야 일어납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3분의 1은 범인이 누구이고 어떤 사연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허비하지요. 결국 호러 장면은 3분의 1정도에 불과한데, 영화 러닝타임은 90분밖에 안 됩니다. 물론 엔드 크레딧 올라가는 시간은 또 빼야죠. 빨아먹을 단물이 너무 적어요.


게다가 이 호러 장면들은 모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성의가 없게 짜여졌습니다. 슬래셔 영화라는 게 원래 관습의 메들리처럼 보이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스크림] 농담이 통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스크림] 이후에 슬래셔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면 최소한 자기가 다루는 장르가 그런 농담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알고 있다는 티라도 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유머로 극복을 할 수도 있고, 정공법으로 뚫을 수도 있고, 방법은 많습니다. 하지만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에는 그 중 어느 시도도 보이지 않아요. 영화는 그냥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깔아놓기만 합니다. 이 무기도 써보고, 저 무기들도 써보고, 그게 심심하면 비키니 입은 여자배우들을 샤워실로 데려가고... 분위기를 상상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호러에 결함이 많다면 이를 다른 장르로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다른 장르가 있습니다. 추리와 멜로지요.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합니다. 우선 기본 설정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 세계에서 논리가 필수적인 추리 장르가 온전히 성립하는 건 불가능하죠. 이 영화에서 살인범들의 행동은 그냥 말이 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세계에서 일부러 불편한 방법으로 엄청난 낭비를 해가며 안 해도 될 고생을 해요. 멜로의 경우는 그냥 모양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 중 진짜 자기 감정을 가진 애들이 과연 몇이나 될 지 궁금해요. 모두 장르 조각들을 여기 저기서 주워와 암송하고 있을 뿐이죠. 학예회처럼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배우들을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재료와 환경이 나쁘면 배우들도 어쩔 수 없어요. 경험부족하고 힘 없는 어린애들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전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편이기 때문에,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을 아이돌 사업의 영화 공습으로 보며 미리 좌절하는 비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볼 필요까지 있나 생각합니다. 아이돌 노래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 것처럼, 같은 마인드로 만들어진 영화도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은 그냥 어쩌다보니 나쁜 영화로 만들어진 것뿐입니다. (10/07/29)



기타등등

1.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오마주로 보이는 것들이 여기저기 발견되더군요. 제목도 그렇고, 수영장 장면도 그렇고, 'Memento Mori'라는 관용어의 사용도 그렇고. 


2. 엔드 크레딧에 나오는 NG 컷 모음은 너무 심했습니다. 영화가 망할 걸 알고 미리 자폭하는 것 같더군요.


감독: 유선동, 출연: 지연, 윤시윤, 박은빈, 김수로, 황정음, 지창욱, 윤승아, 손호준, 최아진, 남보라, 여민주, 정지아, 권현상, 김병옥, 다른 제목: Death Bell 2: Bloody Camp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Death_Bell_2_2p__Bloody_Camp.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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