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2012.06.03 15:15

DJUNA 조회 수:29633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코트가 오래간만에 만든 SF이고,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에일리언]의 프리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영화라지요. 전 그냥 프리퀄로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에일리언] 우주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거치면서 들쑥날쑥해진 곳이라 완벽하게 앞뒤가 맞는 프리퀄은 불가능해요. 게다가 몇 십년 전에 만들어진 SF영화의 프리퀄은 기술적으로 앞뒤가 안 맞을 수밖에 없죠. 하여간 [스타 워즈] 1,2,3편이 오리지널 삼부작의 프리퀄이라면 [프로메테우스]도 프리퀄이라 불리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영화에 깔린 떡밥들의 정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영화는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 비행접시를 타고 온 인간형의 외계인이 자기네의 유전자를 지구에 전파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뻥을 치면서 시작됩니다. 프롤로그를 거치고 21세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두 명의 고고학자들이 지구 전역에 있는 고대 우주 지도들에 수상쩍은 유사성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그들을 인류의 창조자인 엔지니어 종족이 남긴 초대장이라고 해석합니다. 운 좋게 웨일랜드 사의 지원을 받은 그들은 지도에 그려진 제타 2 리티쿨리 태양계의 위성 LV-223로 날아갑니다. 거기가 [에일리언] 1, 2편의 무대가 되는 행성이냐고요? 아뇨, 거긴 Lv-426이에요. 같은 행성을 도는 다른 위성들인가 보죠. 하여간 그들은 그곳에서 엔지니어 종족들이 남긴 유적과 미이라들을 발견하는데, 그와 함께 그들 주변에서는 수상쩍고 불쾌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문제가 많은 설정입니다. 일단 캄브리아기부터 5억년 넘게 흘렀는데, 기술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전혀 진화하지 않은 종족은 상상만 해도 갑갑하지요. 고고학자들이 동굴벽에 그려진 낙서 몇 개(그런 건 지금도 얼마든지 발견됩니다)를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영리회사가 1조 달러를 들여 다른 태양계로 우주선을 보낸다는 설정도 그냥 별로. 그리고 전 대기가 숨쉴만 하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우주복 헬멧을 벗어던지는 우주비행사 묘사가 싫어요. 언제나 그렇습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21세기 후반에 항성간 여행을 하는 우주선이 나왔는데, 그 테크놀로지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긴 [에일리언] 시리즈의 테크놀로지 역사가 원래 좀 성급한 구석이 있긴 합니다만.

영화의 아이디어는 에리히 폰 데니켄이 유행시킨 고대의 외계인 가설입니다. 지구의 문명이 먼 과거에 지구로 날아온 외계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죠. 이는 음모론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주류 SF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별의 계승자], 르 귄의 [헤인] 시리즈 모두 이 설정으로 시작하잖아요. 최근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가 [미션 투 마스]에서 훨씬 하드 SF스러운 방법으로 [프로메테우스]와 아주 비슷한 스토리를 다룬 적 있습니다. (전 여전히 이 영화는 진지하게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세계 안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킵니다. '도대체 Lv-426에 있던 우주선과 그 안에 있던 스페이스 자키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풀어가는 내용이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고대 외계인 가설에 통합됩니다.

과연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일단 전 스페이스 자키의 정체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았어요. 모르는 게 더 무섭고 신비스럽죠. 아무리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도 모르는 것만큼 멋지지는 않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 말이 너무 많아져 신비감이 깨지기도 하고요. [에일리언] 우주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1편의 신비스러움을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순서였는지 모르죠. 그래도 [프로메테우스]의 우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좁습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딱 기대했던 것만 나오고요. 적어도 '[에일리언] 프리퀄'의 형식 안에서는요.

등장인물들이 많은 편입니다만, 제대로 활용되는 사람은 고고학자 엘리자베스 쇼와 로봇인 데이빗 정도입니다.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완전히 속을 드러내지 않는 데이빗이겠죠. 데이빗의 비중 때문에 영화는 은근슬쩍 [에일리언]의 틀을 통해 이야기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보입니다.

액션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액션은 영화 후반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고 그 대부분은 예고편을 통해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주로 엔지니어 종족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떡밥을 생성하는 과정인데, 전 드라마 안에 이 아이디어를 담는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자막 한 줄로 커버할 수 있는 종류였으니까요.

영화 후반에 [프로메테우스]는 지금까지 나온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납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에일리언들을 끌어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스케일을 넓게 잡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죠.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의 프리퀄로서는 그냥 할 일을 하는 정도지만, 앞으로 나올 새 시리즈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2/06/03) 

★★★

기타등등
제타 2 리티쿨리는 그레이 외계인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의도적이겠죠. 하지만 초광속 우주비행 시대에 제타 2 리티쿨리가 그렇게 방치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그레이 외계인을 믿건, 믿지 않건, 환경이 좋아서 다들 탐사하려 갈 만한 곳이거든요.


감독: Ridley Scott, 출연: Noomi Rapace, Michael Fassbender, Charlize Theron, Idris Elba, Guy Pearce, Logan Marshall-Green, Sean Harris, Rafe Spall, Emun Elliott, Benedict Wong, Kate Dickie, Patrick Wilson, Lucy Hutchin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4671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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