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라마 Chillerama (2011)

2012.08.04 11:10

DJUNA 조회 수:6608


[칠레라마]는 액자 형식의 단편과 네 개, 아니, 세 개 반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호러 코미디 영화입니다. 단편들은 대부분 7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을 법한 드라이브 인 극장용 싸구려 영화들의 흉내이며, 자극적인 신체손상과 온갖 지저분하고 저질스러운 농담들이 총동원됩니다.

액자 단편인 [Zom-B-Movie]에 따르면 이 영화가 상영되는 곳은 카우프먼 드라이브 인 극장입니다. 오늘은 이 극장의 마지막 상영날로, 이번 상영이 끝나면 이 곳은 철거되어 쇼핑몰이나 뭐, 그런 것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 극장의 주인인 세실 B. 카우프먼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영화들을 연달아 상영할 계획이지요. 그런데 아뿔싸, 극장 직원 중 한 명이 10년 전에 죽은 아내의 시체를 파내 겁탈을 하려다가 좀비가 된 아내에게 성기를 물려버립니다.

그냥 무난한 좀비 이야기입니다. 주인공들이 B급 영화에 대해 잘 아는 편인 영화광이긴 하지만 정작 인용이나 언급은 평범한 편이죠. 하지만 영화는 각 에피소드 사이에 활기를 불어넣고 미국의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경쾌하게 과장해서 보여줍니다.

애던 리프킨이 감독한 [Wadzilla]는 정자부족으로 고민 중인 마일즈 몬순이라는 남자가 정자의 힘을 강하게 해주는 신약을 먹으면서 시작됩니다. 약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 몬순의 정자는 올챙이 모양의 괴물이 되어 튀어나오죠. 살아남은 정자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뉴욕 시를 습격합니다.

정자와 정액 농담이 그득하지만, [Wadzilla]는 은근슬쩍 순진하고 귀여운 영화입니다. 하긴 애덤 리프킨은 그렇게 극단을 달리는 장르 애호가는 아니죠. [마우스 헌트]나 [스몰 솔져스] 같은 가족 영화 전문 작가잖아요. 많이 더럽고 유치하긴 해도, 그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온화함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보고 웃을 수는 있어요. 단지, 이 농담들 상당수가 몇십 년 전 우디 앨런이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을 통해 했던 농담들의 재탕이라는 건 걸립니다.

팀 설리번의 [I Was a Teenage Werebear]는 자극을 받으면 곰인간으로 변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여기서 '곰'이라는 건 진짜 곰이기도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 서브컬처의 '베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아직 분명한 확신이 없는 주인공 리키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학교 친구에 구출되는데, 그는 체육 시간 레슬링 시합 때 리키의 엉덩이를 물어버립니다. 그 뒤로 리키는 흥분할 때마다 웨어베어로 변신하고, 웨어베어 친구들은 리키와 함께 호모포비아들을 쓸어버리자고 유혹합니다.

영화는 1960년대에 유행했던 [비치 파티] 시리즈의 패러디입니다. 뮤지컬이고요.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온갖 저질 농담들이 시치미 뚝 떼고 PC한 척 하는 연설 사이사이에 섞여있습니다. 보다 보면 "네 입장이 뭐냐?"라고 묻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답은 그냥 생각이 없다는 거겠죠. 보면 어이없어서 가끔 웃음이 터지기는 하는데, 과연 그게 재미에 대한 반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덤 그린의 [The Diary of Anne Frankenstein]은 이 영화에서 가장 신성모독적인 작품입니다. [안네의 일기]로 시작하기는 하는데, 알고 봤더니, 프랑크 가족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후손들이었고, 은신처에 프랑켄슈타인의 연구결과를 숨겨놓고 있었다는 것이죠. 프랑크 가족의 은신처를 급습한 아돌프 히틀러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용소에서 가져온 시체들을 조합해 유태인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흑백이며, 지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들리는 대사는 거의 독일어입니다. 여기서 '거의'라고 말하는 건, 히틀러를 연기하는 조엘 데이빗 무어의 대사는 독일어를 흉내낸 말도 안 되는 넌센스이기 때문이죠. 채플린 이후, 이것도 고정된 농담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만, 그래도 무어의 연기는 상당히 웃깁니다.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모든 비극들을 작정하고 코미디 소재로 삼는데, 작정하고 막 나가다보니, 관객들은 그 무례함을 모욕적으로 느끼기를 포기하는 체념과 초월의 단계까지 갑니다. 전 이 에피소드가 가장 괜찮더군요.

마지막 에피소드 [Deathication]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설물 농담입니다. 자칭 감독 페르난도 파가비피라는 인물이 등장해, 영화를 보다보면 말 그대로 똥을 싸게 될 거라고 경고를 하는데, 그 뒤로 펼쳐지는 건 재래식 화장실을 거꾸로 들어 필름에 쏟아부은 것 같은 이미지들의 향연입니다. 다행히도 이건 곧 좀비들에 의해 중단이 되고, [Zom-B-Movie]의 마지막 도막에 의해 마무리 됩니다.

[칠레라마]는 미국 저질 영화에 대한 소박한 예찬입니다. 많이 더럽고, 많이 저질스럽고, 많이 유치하고, 많이 잔인무도하긴 하지만, 거의 가족영화처럼 보이는 순진무구함이 있죠. 하지만 그 순진무구함은 코미디를 극한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는 감독들의 소극적인 태도의 반영일 수도 있습니다. 코미디 대부분에 이전 코미디 거장들이 만든 원본의 흔적이 보이는 것도 신경 쓰이는군요. (12/08/04)

★★☆

기타등등
부천 영화제 마지막 날 시청에서 본 영화입니다. 혹시 영화 화면이 옆으로 조금 늘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셨습니까?


감독: Adam Green, Joe Lynch, Adam Rifkin, Tim Sullivan, 출연: Adam Rifkin, Sarah Mutch, Ray Wise, Sean Paul Lockhart, Anton Troy, Gabby West, Joel David Moore, Kristina Klebe, Kane Hodder, Richard Riehle, Corey Jones, Kaili Thorne, 다른 제목: 칠러라마

IMDb http://www.imdb.com/title/tt172725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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