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Maudie (2016)

2017.07.05 16:28

DJUNA 조회 수:7924


모드 다울리의 인생은 갑갑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하고 사교성도 빵점이라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이상한 여자란 취급을 받죠. 어머니가 죽고 오빠가 가족이 살던 집을 팔자 모드는 머물고 있던 숙모의 집을 떠나 독립을 결심하는데, 그건 고아원 출신의 생선장수 에버렛 루이스의 가정부로 들어가는 것이었죠. 모드는 결국 에버렛의 곁에 머물기로 결정하고 둘은 결혼하게 됩니다.

아이슬링 윌시의 [내 사랑]은 가만히 지켜보기 조금 힘든 로맨스 영화입니다. 경제력도 별로인 결점투성이의 두 사람이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되었는데, 이들은 경제력도 별로고 사교성도 떨어지고 성격도 괴팍하고 초반엔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에버렛은 종종 모드에게 심하게 폭력적이서 보는 동안 종종 움찔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둘은 서로에게 비교적 편안하게 안주하게 되지만 그 과정을 전형적인 로맨스의 과정으로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쉬워서도 안 되고요.

이 두 사람은 실존인물입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된 건 모드 루이스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민속화가이기 때문이죠. 모드는 집안 일을 하는 동안 틈틈이 그림을 그렸는데, 이게 조금씩 인기를 끌었고 모드 루이스는 이 그림을 사람들에게 몇 달러씩 받으며 팔았습니다. 생전에 충분히 유명세를 탔는데도 부부는 죽을 때까지 가난하게 살았어요. 이게 좋은 일이란 생각은 안 듭니다. 에버렛 루이스가 정말 영화가 그린 것 같은 사람이었는지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모드 루이스의 창작 과정을 그렇게까지 힘을 주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 그림들이 화가의 고달픈 삶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은 것 같지도 않고 화가가 그렇게까지 고민을 해서 그 그림을 그린 것 같지도 않아요. 모든 창작 과정이 드라마는 아니지 않습니까. 모드 루이스는 그냥 별다른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밝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예술은 구체적인 드라마의 목적지가 아니라 캐릭터 묘사의 재료인 셈입니다.

당연히 배우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더 유명한 배우는 에버렛 역의 에단 호크지만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드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영화죠. 그리고 호킨스만큼 이 캐릭터에 적역인 배우는 정말 상상하기가 힘들어요. 타고난 '불쌍미'에 자연스럽게 더해지는 그 능숙한 낙천주의는 너무나도 호킨스스러우니까요. (17/07/05)

★★★☆

기타등등
[내 사랑]이란 국내 제목은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일단 검색이 어려워요.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고.


감독: Aisling Walsh, 배우: Sally Hawkins, Ethan Hawke, Kari Matchett, Zachary Bennett, Gabrielle Rose

IMDb http://www.imdb.com/title/tt372195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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