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온 남자들 (2010)

2010.04.12 09:53

DJUNA 조회 수:8490


음악평론가 성희는 라디오 방송에서 아내 영심과 이혼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하지만 좋아했던 건 잠시. 아내는 그가 방송을 하기 하루 전날에 이미 편지 한 장을 남겨놓고 가출을 해버렸단 말이죠. 자존심이 망가져 잔뜩 열받은 성희는 영화감독 지망생인 친구 동민과 아내를 찾으러 나섭니다. 아내의 옛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소들을 단서삼아 조금씩 아내에게 접근해가던 그는 과연 지난 3년 동안 아내와 같이 살면서 그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이하 감독의 [집 나온 남자들]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심을 찾으려는 성희와 동민의 소동극이죠.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찌질한 그들은 코미디 측면에서 보면 거의 완벽한 콤비입니다. 가는 곳마다 소동을 일으키고 소동에서 빠져나온다고 반성하거나 몸을 사리는 대신 주저 없이 다음 소동에 뛰어들지요. '찌질남 자기고백' 장르물로서 이 부분은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만 합니다. 코미디에 동원되는 조연들과 에피소드들도 다채롭고 배우들도 좋습니다.


이들이 영심의 오빠 유곽을 만나면서 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조금씩 죽어갑니다. 유곽은 처음엔 그들과 마찬가지로 어이없이 웃기는 광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아주 웃을 수는 없지요. 신파가 조금씩 들어가는 겁니다. 이 신파는 전반부의 코미디와는 달리 자기 힘으로 설만큼 깊이 있는 종류가 아니라 맥이 풀립니다. 스토리 전개도 처지기 시작하고요.


마지막 파트는 거의 어리둥절할 정도입니다. 이 부분에서 결국 영심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이건 그냥 딴 영화이니 말이에요. 암만 봐도 이 이야기는 [집 나간 남자들]이라는 코미디 영화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하는 자기가 이 영화에 억지로 끌고 온 이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도 못해요. 그냥 멀리서 어색하게 흉내만 내고 있지요.


아주 간단히 요약정리한다면, [집 나온 남자들]은 이하가 자기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만 재미있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맺고 주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막판에 영심의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고 믿은 것 같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어요. 저에겐 영화의 주인공들이 집 나간 유부녀의 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성장하는 부류의 사람들처럼 보이지도 않았답니다. 전반부의 소동을 영화 끝까지 끌고가도 뭐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오히려 그게 더 어울리죠. 정 영심이 주인공인 페미니스트 멜로드라마 이야기를 끝에 넣고 싶었다면, 일단 감독 자신부터 영심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했어요. (10/03/31)


★★☆


기타등등

이하의 전작 제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사가 하나 있습니다.


감독: 이하 출연: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김여진 다른 제목: Runaway from Home, Searching for My W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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