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2018)

2018.06.20 08:21

DJUNA 조회 수:13005


박훈정의 신작 [마녀]를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의 타이밍은 절묘한 구석이 있지요. 여혐논란에 휘말렸던 [브이아이피]가 개봉되기 전부터 제작되었던 영화인데, 소위 '걸크러쉬 액션물'인 것입니다. 박훈정에겐 평판을 만회할 기회인 셈인데, 이게 참 얄미워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 기원담입니다. 심지어 파트 1이에요. 이야기가 대부분 마무리되긴 하지만 에필로그에 새로운 이야기의 떡밥을 던지면서 끝나지요.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한 파트 2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데, 얼마나 이야기가 완성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고.

아이들을 실험하고 죽이는 정체불명의 시설에서 탈출한 여자아이 이야기예요. 근처에서 목장을 하는 부부가 그 아이를 거두어 자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딸처럼 키웁니다. 18살이 된 아이는 기울어진 집안을 돕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데, 방송이 나간 뒤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자윤 주변을 맴돕니다.

후반에 국면전환이 있긴 하지만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너무 익숙해서 박훈정이 이 이야기의 독창성에 그렇게 자신감이 있었던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죠. 넷플릭스만 틀어도 여기저기에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그렇게 예측하기 어렵지도 않은 국면전환을 제외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반대로 이중으로 발목이 잡혀요. 국면전환 때문에 중반까지 드라마와 액션을 어느 정도 놓치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설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시간과 악역의 가능성을 쓸데없이 낭비해버려요. 그러다 보니 영화의 페이스가 쓸데없이 늘어졌고 주인공 자윤의 드라마를 깊이 다루지도 못해버렸어요.

액션이 궁금하실 텐데, 중반까지는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국면전환 이후 본격적이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액션이 조금 까다롭죠. 스포일러라서 설명이 조금 곤란한데, 이후에 벌어지는 액션은 위기상황에 몰린 주인공이 일당백의 전투를 벌이는 상황과 좀 거리가 있습니다. 장르가 조금 달라요. 이 미묘한 차이를 잘 살리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는 하는데, 폭력을 [브이아이피]처럼 선정적으로 쓰고 있지 않습니다., 이게 전에 받은 비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훈정은 아니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고.

자윤을 연기한 신인 김다미는 말갛고 무해한 이미지의 배우인데, 영화를 보면 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이런 이미지의 배우를 원했는지 알게 됩니다. 잘 했어요. 경험많은 중견배우들과 기싸움에서도 전혀 안 밀리고. 단지 조민수와 박희순의 악역은 좀 재미가 없습니다. 조민수는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보는 여자 미치광이 과학자를 연기하고 있는데, 여러 모로 배우가 좀 낭비된 느낌이에요. 양아치스러움과 설명봇 느낌이 반반섞인 대사들도 잘 붙지 않고. 하지만 다른 악역인 최우식이나 단짝친구로 나오는 고민시 같은 젊은 세대 배우들은 비교적 영화와 캐릭터에 잘 녹아들고 더 잘 쓰였습니다.

페이스가 좀 늘어지지만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평범함을 인식하고 새 아이디어를 채울 수 있다면 파트 2부터는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고요. (18/06/20)

★★☆

기타등등
자윤의 아역은 [탐정 홍길동]의 김하나가 연기합니다. 이 배우가 나오는 [홈]도 빨리 봐야 하는데.


감독: 박훈정, 배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다른 제목: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2018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7425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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