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2015)

2015.08.26 00:07

DJUNA 조회 수:15514


[뷰티 인사이드]의 원작은 인텔과 도시바가 공동제작한 6부작 소셜 필름 시리즈 [The Beauty Inside]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알렉스라는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나면 늘 다른 사람이 되는 증상을 앓고 있는데, 어느 날 리아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구애를 결심합니다. 광고영화이기 때문에 도시바 전자제품들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고... 네, 그렇습니다. 알렉스는 의인화된 인텔칩인 것입니다. Intel Inside®.

원작은 시청자들이 직접 오디션에 참여해 직접 알렉스를 연기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인터액티브 기능이 있었지만 영화판 [뷰티 인사이드]엔 그런 게 없죠. 대신 영화는 이 설정을 스타 캐스팅의 기회로 삼습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재미있어할 온갖 배우들이 총출동해 주인공 우진을 연기합니다. 박신혜, 박서준, 우에노 주리, 천우희, 이동욱, 서강준, 유연석, 김주혁, 이진욱, 이범수, 고아성... 끝도 없습니다. 배우들도 재미있었을 거고 이들을 이용한 홍보 효과도 만만치 않았을 테니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셈입니다.

영화는 원작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도 합니다. 원작은 알렉스의 구애를 레아가 받아들이고 알렉스가 변화를 멈추면서 끝이 납니다. 많이 싱거운 결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를 중간까지 하고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변화가 멈추지 않는 우진과 여자친구인 이수가 어떻게 그 상황 속에서 관계를 이어가는지 보여줍니다. 이 정도면 리메이크의 핑계가 생깁니다.

단지 영화는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과정을 만들고 결말을 세워놓긴 했지만 이것들이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죠. 2부에서 진짜 주인공은 이수인데, 이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실패한 것입니다. 아니,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루는 게 두려웠을지도 모르죠. 영화는 우진과 이수의 이야기를 이성애 로맨스로 이해하려는데, 매일 성별과 나이와 인종이 바뀌는 사람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단순한 이성애자일 리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은폐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힘이 빠지죠.

원작에서부터 내려온 '뷰티 인사이드'라는 주제도 수상쩍지 않습니까? 사람은 인텔칩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육체의 영향을 받아요. 직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기도 하죠. 당연히 다른 육체를 가진 사람은 같은 기억을 소유한다고 해도 많이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면 영화는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되었겠지만...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예쁜 영화입니다. 이수 역을 맡은 한효주는 정말로 예쁘고 우진 역의 배우들도 화보처럼 잘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각각의 배우들에게 연기 경쟁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유연석의 내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으로서의 일관성은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거야 당연한 거죠. 아니, 원래 그런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야 말로 영화가 은폐하는 진실을 폭로하고 있는 거겠죠. (15/08/26)

★★☆

기타등등
1, 제 가설은 이 영화에 우진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주변에 진짜 있는 사람들로 우진이 몸을 빌렸다 떠나면 하루의 기억을 잃은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체코의 우진이 조금씩 달라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죠.

2. 문숙 배우가 우진의 어머니로 나옵니다. 아, 이경영도 나와요. 엔드 크레디트 중간의 쿠키에서.

3. 알렉스와 리아는 모두 우진의 회사 이름으로 쓰입니다.


감독: 백종열, 배우: 한효주, 박신혜, 박서준, 천우희, Juri Ueno, 이동욱, 서강준, 유연석, 김주혁, 이진욱, 이범수, 고아성, 문숙, 이경영, 다른 제목: The Beauty Inside

IMDb http://www.imdb.com/title/tt427388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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