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고래 (2014)

2015.09.22 16:04

DJUNA 조회 수:3971


대지진과 화산폭발로 인류가 반쯤 망해버린 2070년 미래. 폐허가 된 부산에서 마약을 팔며 살아가던 소녀 하진은 고래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외팔이 선장 백상원은 하진의 능력을 이용해 화산섬의 용암 속에 살고 있는 화산고래를 사냥하자고 제안합니다. 따라나선 하선은 그 화산고래가 백상원의 남편을 죽인 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고 이런 내용의 영화를 만들려면 아직은 애니메이션밖엔 답이 없지요. 말 그대로 영화를 위해 세상을 하나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새로운 논리나 아이디어를 도입한 건 아니지만 붕괴된 부산 시내는 인상적인 공간이고 용암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이미지는 그 이상으로 강렬합니다.

단지 이야기가 야심을 충분히 따라주지 않습니다. [백경]에서 따온 테마는 충분히 재활용될만 합니다. 하지만 이 설정에서 이야기를 풀면 아귀가 잘 맞지 않아요. [백경]에서 에이허브는 언제든지 모비딕과 만나 싸울 수 있지만 [화산고래]의 우주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용암덩어리처럼 그냥 회피하면 그만인 대상인 겁니다. 당연히 이 소재로 복수 이야기를 만들면 내용이 헐거워지죠. 이 이외에도 세부묘사가 더 분명했다면 그리고 있는 세계가 더 그럴싸해졌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심상만큼 뚜렷한 이야기 재료가 없어요.

감독은 앞으로도 디스토피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화산고래]는 이 우주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지 이 영화의 설정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상상력과 디테일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5/09/22)

★★☆

기타등등
영화가 두 주인공의 디폴트 성을 무심하게 여성으로 잡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더군요.


감독: 박혜미, 배우: 이지숙, 김성인, 이영기, 김지형, 김민지, 박주광, 양영훈, 이정훈, 다른 제목: Crimson Whal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Crimson_Whal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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