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의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는 문소리의 [여배우]와 마찬가지로 배우의 영화입니다. 단지 문소리가 자연인 자신의 캐리커처 안에서 머물고 있다면 구교환의 영화는 그가 속해있는 독립영화판이라는 보다 넓은 마당을 건드리고 있죠.

감독 자신이 연기하는 고기환이라는 배우가 주인공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지금까지 그가 출연했던 영화의 DVD를 받기 위해 감독들을 찾으러다닙니다. 구교환에 따르면 그는 이 영화의 MC 같은 캐릭터이고 그가 만나는 각각의 감독들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것입니다. [무도회의 수첩]을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그 영화가 뭐냐고요... 음...

왜 그들은 DVD를 주지 않는 것일까. 그거야 다들 경력이 학교 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제대로 풀리지 못했고, 지금 보면 그 영화들도 끔찍하기 때문이겠죠. 영화는 이 좌절의 이야기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보여줍니다. 예술가병에 걸렸던 수염 선배는 치약 외판을 하고 있고, 팀 워크로 유명했던 세 쌍둥이는 헤어진지 오래이며, 몇 명은 1,2분의 등장도 아까울 정도로 초라해져버렸습니다. 아, 이 영화는 정말 코미디밖엔 방법이 없었어요.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엄청 우울했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신 스틸러는 고보결이 연기하는 카와이 순지입니다. 별명만 봐도 이와이 슌지의 팬인 게 분명한 이 사람이 오묘하게 괴상한 일본어 억양으로 아오이 유우 흉내를 내고 있는 걸 보면 어이가 조용히 날아가 버려요. 아날로그와 필름에 집착하는 일본영화 팬 허세 연기도 엄청 웃기는데, 그러면서도 그 코미디 안에 좌절한 예술가의 비애까지 섞어 놨으니 그냥 웃을 수도 없어요. 순지양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폐부를 찌릅니다. "그 영화 하나로 나 판단하지 마." (14/12/09)

★★★

기타등등
요새 네이버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단편 컬렉션 DVD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삭제신, NG 장면과 같은 부록들이 꽤 그럴싸하게 담겨 있습니다.


감독: 구교환, 배우: 구교환, 고보결, 하준호, 백성철, 김한나, 임수형, 이희웅, 손일준, 다른 제목: Where is my DVD?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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