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 (2010)

2010.11.10 11:12

DJUNA 조회 수:17667


이해영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가 그랬던 것처럼, [페스티발] 역시 퀴어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지금까지 음지에 묻혀 있던 소재와 주제들을 코미디라는 도구를 이용해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며, 그 커밍아웃의 과정에는 부인할 수 없는 정치성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라는 동네 행사입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장배는 이 때문에 시달리는 풍기문란 단속반 경찰관이고요. 때가 때라서 그런지 이 실속없는 행사는 요새 시끄러운 G20 소동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정말 G20를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그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죠. 


마지막을 묶는 클라이맥스 이전까지 주인공들은 대부분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장배는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영어강사 여자친구 지수한테서 남성으로서 위기감을 느낍니다. 지수의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자혜는 이웃의 어묵장사인 상두를 짝사랑하는데, 상두에게는 그 아이가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한복집을 하는 자혜의 엄마 순심은 같은 골목에 철물점 주인 기봉이 이사온 뒤로 지금까지 있는지 몰랐던 숨은 욕망을 깨우칩니다. 그리고 자혜의 담임인 광록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지요.


[페스티발]은 소위 변태성의 전시장입니다. 온갖 종류의 성적 취향과 도구, 일탈행위들이 코미디의 옷을 입고 튀어나오지요. 단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보통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변태' 지수가 높을수록 청순하고 결백해요.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인물은 자신을 '정상적인 한국 남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도 또 그 표준에서 그리 어긋나 있지 않는 장배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도 그가 부서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과정이 완벽하게 그려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모든 갈등들을 봉합하는 결말은 인위적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결말에 어울리는 커플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순전히 엄정화의 [페스티발]이 흘러나오는 동안 오페라적 해피엔딩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조작한 것이죠. 몇몇 '커밍아웃' 장면은 규격화된 90년대 퀴어 영화에서 따온 것처럼 노골적으로 교훈적이고요. 코미디의 강도가 조금 더 높았다면, 클라이맥스의 소동이 조금 더 컸다면, 영화가 10분 정도 짧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느낌도 받았는데, 원래 언론시사회는 반응이 무딘 것으로 소문 나 있으니 일반 상영 때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캐스팅은 좋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캐리커처화시키지 않고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며 앙상블도 훌륭합니다.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나이브할지는 몰라도 또 절실하게 울리는 드라마와 대사들도 있고요. 의도의 몇 퍼센트를 달성했는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발]은 건전하고 상쾌하고 올바른 영화입니다. 우리가 80년대 한국 에로 영화나 00년대 한국 섹스 코미디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10/11/10)


★★


기타등등

카메오가 몇 명 나옵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배우는 이해영이 한 동안 만들려 했던 [29년]과 연결되어 있지요.


감독: 이해영, 출연: 엄지원, 신하균, 백진희, 류승범, 심혜진, 성동일, 오달수, 다른 제목: Festival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Festival_-_2010.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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