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삼총사 (2013)

2014.01.25 00:01

DJUNA 조회 수:31787


나쁜 아이디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원, 손가인, 강예원 주연으로 조선시대판 [미녀삼총사]를 찍는다. 일단 그림이 되지 않습니까. 여기에 고창석과 송새벽까지 끼워넣는다면 각본이 대충이더라도 배우들이 빈칸을 채워줄 수 있겠죠. 어차피 걸작 따위를 기대하는 건 아니니까. 작년 5월에 개봉될 영화가 올해 1월로 밀리면서 별별 소문이 돌았지만 전 그것도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습니다.

제가 이 사람들을 많이 얕봤던 거죠.

한 번 [조선미녀삼총사]라는 영화의 스토리를 봅시다. 진옥, 홍단, 가비는 이 영화의 찰리인 무명선생 밑에서 일하는 현상금 사냥꾼 삼총사입니다. 어느 날 이들에게 십자경이라는 수수께끼의 물건을 가진 남자를 잡아오라는 의뢰가 떨어집니다. 알고 봤더니 이 물건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물건이었고 하필이면 뒤에서 음모를 사주하는 악당은 진옥의 원수이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기성품 설정이니까요. 그러니 추가설명을 드리죠. 이 영화의 각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악의 길만 골라서 갑니다. 어떻게 중간에 이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망쳤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자기네들이 만드는 영화가 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척 봐도 [조선미녀삼총사]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는 시대착오적인 코미디일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들은 그걸 모릅니다. 잊어버렸는지 처음부터 몰랐는지는 모르겠는데, 영화를 보면 혹시 후자가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듭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합니다. 요요로 악당들을 쓰러뜨리고 글라이더를 타고 달아나는 여자 액션 영웅들이 조선후기까지 살아남은 벽란도 국제항을 누비는 주인공인 영화이면서 북벌정책과 애국심을 내세우며 엄청 폼을 잡아요. 그것까지는 어떻게든 참아주려고 했는데 진옥의 아버지의 원수 어쩌구 하면서 사연을 부풀릴 때는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얼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진옥의 이야기가 이렇게 부풀면서 캐릭터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삼총사의 균형이 깨지고 코미디가 박살난다는 걸 진짜로 몰랐던 걸까요? 왜 아무도 중간에 '스톱'을 외치지 않았던 걸까요.

하지만 남은 부분을 봐도 별 희망은 안 보입니다. 코미디의 재료들은 여기저기 굴러다녀요. 꿰어쓰면 뭔가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만든 세계가 어떤 곳인지 모릅니다. 유머를 어디까지 연장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에 따라 대사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몰라요. 남은 건 의미있는 지시를 하나도 받지 못하고 알아서 빈칸을 채워야 하는 배우들의 노력뿐입니다.

어쩌다가 영화가 여기까지 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냥 산사태와 같은 사고였던 거 같아요. 아무리 자기네들이 잡고 있는 것이 쓰레기인 게 보여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긴 사고라고 해도 이건 좀 신기한 사고죠. 적당히 놀면서 대충해도 중간은 갔을 재료를 괜히 어깨에 힘을 주면서 작정하고 망쳐버렸으니. (14/01/25)

★☆

기타등등
굳이 벽란도에서 액션을 풀고 싶었다면 [고려미녀삼총사]가 더 맞지 않았을까요.


감독: 박제현, 배우: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고창석, 주상욱, 송새벽, 다른 제목: The Huntresse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Huntresse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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