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에르제의 [땡땡] 시리즈 중 [황금 집게발 달린 게], [유니콘호의 비밀], [라캄의 보물]을 하나로 섞은 작품입니다. 잡다해보이지만 말이 됩니다. 우선 [유니콘호의 비밀]의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틴틴(땡땡)의 단짝인 아치볼드 하독(아독)을 등장시켜야 하는데, 그 에피소드가 [황금 집게발 달린 게]죠. [유니콘호의 비밀]은 보물의 단서를 찾으면서 끝나니,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라캄의 보물]을 가져와야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를 원작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됩니다. [황금 집게발 달린 게]는 독립적인 에피소드이고, [라캄의 보물]은 캐릭터 코미디를 더한 쥘 베른식 모험담이라 액션물의 결말이 되기엔 느슨하거든요. 자르고 붙이고 하나로 엮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스티븐 모팟, 에드가 라이트, 조 코니시가 쓴 이 영화의 각본에선 틴틴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틴틴은 이미 유명한 소년 저널리스트이고 에르제가 쓴 몇 편의 모험을 이미 거쳤습니다 (신문기사들이 초반에 나옵니다). 어느 날 그는 유니콘호라는 배의 모형을 사는데, 그 모형에 숨겨진 무언가를 노리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틴틴은 그들에게 납치되어 배에 감금되었다가 탈출하는데, 그 와중에 선상반란으로 갇혀 있던 주정뱅이 하독 선장도 데려옵니다. 온갖 모험을 겪은 뒤, 두 사람은 모로코에서 유니콘호의 보물을 노리는 악당과 대면하게 됩니다. [유니콘호의 비밀]을 메인 스토리로 잡고, 배경과 인물 관계는 [황금 집게발 달린 게]에서 취했으며, 결말을 위해 [라캄의 보물] 끝 부분을 가져온 각본이죠. [라캄의 보물]에 처음 등장하는 해바라기 박사는 안 나옵니다. 아마 피터 잭슨이 감독할 다음 편에는 나오겠죠.


위에서 엮고 고치고 붙이는 작업의 당위성에 대해 변호했지만,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의 각본은 그렇게 잘 흐르는 편이 아닙니다. 전혀 성격이 다른 세 작품을 이어붙인 티가 나요. 액션과 배경이 따로 놀기도 하며, 행동 동기가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설명되어 오히려 어색하기도 하기도 하죠. 원작 팬들은 이 영화가 영어판을 각본으로 삼아 지나치게 영국화된 것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저에겐 아치볼드 하독이 스코틀랜드인인건 너무나도 당연해서, 루이 14세를 찰스 2세로 바꾼 것에 대해 별 불만은 없지만, 틴틴이 작정하고 영국인인 건 좀 어색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에서 가장 이상하고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최근 만들어지는 3D 애니메이션의 극영화스러운 담담한 능숙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랭고]나 [월-E] 같은 건 그냥 특수효과를 쓴 극영화 같잖습니까. 하지만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의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은 작정하고 '나는 3D 애니메이션이다!'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습니다. 종종 나오는 슬랩스틱 개그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스필버그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작정하고 매체의 특성을 탐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몇몇 장면들은 거의 서툴게 보입니다만. 물론 스필버그가 능숙한 영화 장인이며 스타일리스트임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특히 후반에 펼쳐지는 롱테이크 액션 장면은요.


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전 틴틴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예상 외로 그럴싸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보다 컬러풀한 조연들인 하독 선장, 톰슨과 톰슨(뒤퐁과 뒤퐁), 사카린, 비앙카 카스타피오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섭니다. 하독 선장과 형사들의 얼굴은 디테일이 지나치게 들어가 오히려 어색하고, 비앙카 카스타피오레는 그냥 가면을 쓴 것 같습니다. 이들 모두 언캐니 밸리의 섬뜩함을 끌고 있는 건 당연하고요. 이 때문에 집중이 종종 어렵습니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재미있는 영화인가? 네, 그렇습니다. 근사한 액션과 적절한 복고 감수성이 결합된 신나는 모험담이에요. 하지만 에르제의 원작들이 가진 완결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이미 존재하는 안정된 작품에 대한 다소 모험적인 해석처럼 보이죠. 순수주의자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원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틴틴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있습니다. 틴틴만큼은 아니지만, 스필버그나 잭슨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남은 두 편의 영화에서 무엇을 해낼지 한 번 지켜봅시다. (11/11/30)


★★★


기타등등

영화 후반에 황금 집게발 게의 카메오가 나옵니다.

 

감독: Steven Spielberg, 출연: Jamie Bell, Andy Serkis, Daniel Craig, Simon Pegg, Nick Frost, Toby Jones, Cary Elwes, Tony Curran, Kim Stengel, 다른 제목: The Adventures of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IMDb http://www.imdb.com/title/tt098319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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