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럴리가 없어 (2012)

2012.06.12 23:25

DJUNA 조회 수:16303


윤소는 대한민국 최초로 개그맨과 사귀다가 일방적으로 차인 여자배우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기겁한 회사에서는 연애 금지령을 내리고, 소일거리를 찾던 윤소는 이음이라는 소셜 데이팅 사이트를 발견하죠. 한 편, 연수익 500만원으로 간신히 생존해가고 있는 서른다섯의 뮤지션 능룡은 누나의 등쌀에 못 이겨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가 가입불가라는 굴욕을 당합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발견한 것이... 네, 바로 이음 서비스였답니다.

조성규의 [설마 그럴리가 없어]는 장편 길이로 만든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의 홍보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는 이음이 무슨 서비스인지, 어떻게 가입해서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괜히 연예인 사진을 올려놓고 낚시질 하는 불량 회원을 어떻게 신고하는지, 회사가 이런 불량 회원들을 어떻게 처리해서 깔끔한 데이트 환경을 제공하는지 알려줍니다. 심지어 그 회사의 CEO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도요. 물론 이음에서 투자한 영화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광고가 제공하는 판타지입니다. 그리고 이 판타지는 철저하게 남성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죠.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연수익 500만원에 외모도 별로인 루저라도 걱정마세요. 이음에 가입하시면 남자 외모, 조건 따위는 전혀 보지 않는 미녀 연예인과 엮일 수도 있습니다."

이 홍보 영화의 형식에 맞추다보니 조금 괴상한 부분도 발견됩니다. 가장 궁금한 건 상당히 유명한 연예인으로 설정되어 있는 윤소가 이음과 같은 서비스에서 자기 사진을 올려놓고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입니다. 영화도 여기에 대해 살짝 언급하긴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말은 안 됩니다. 물론 전 아무리 이음이 좋은 서비스라고 해도, 능룡과 같은 위치의 사람이 윤소 수준의 여자와 맺어지는 건 그냥 판타지일 뿐이라고 말하렵니다.

다행히도 영화에는 이음 홍보 이외에도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우인 윤소와 음악인인 능룡은 모두 자신의 직업 안에서 할 일과 할 말이 많습니다. 윤소가 영화를 찍고 스캔들을 막고 화보를 찍는 동안, 능룡은 세션 연주를 하고,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기타 강습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작업은 이음 서비스 밖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인연'을 형성하지요.

영화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실명을 주고 자신의 실제 직업을 연기하게 합니다. 그 때문에 종종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기도 하죠.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최윤소와 이능룡은 자연인 최윤소와 이능룡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영화 속 윤소가 배우 최윤소보다 잘 나가는 편이고, 자연인 이능룡은 영화 속 능룡보다 훨씬 잘 나가겠죠. 이 두 스토리 라인에서 영화가 재미를 보고 있는 건 능룡 파트인데, 여기엔 한국 인디 음악계의 사람들이 실명의 가공 인물들을 연기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부끄러워하겠지만, 배우로서 이들은 썩 괜찮습니다. 하긴 직업 배우처럼 많이 연기할 필요 없이 그냥 수줍게 자기 자신을 살짝 보여주기만 해도 먹히니까요. 까짓거 손발 좀 오그라들면 어떻습니까.

영화는 느슨합니다. 특별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대신 주인공들의 일상들을 묘사하며 그들의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것으로 만족하죠.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그들을 아직 세상에 대한 순진무구한 기대를 품고 있는 젊은이들로 그리며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죠. 아까도 말했잖습니까. 홍보 영화라고요. 그래도 영화는 양심이 있어서 윤소와 능룡의 만남 이후 어떤 연애를 하는지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연애를 하긴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아요. 하긴 그 이후부터는 이음이 상관할 바가 아니죠.

음악은 좋습니다. 여기에 음악인들로 나온 배우들이 진짜 음악가들이기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장면들은 현장감이 살아있고요. 물론 인디음악 팬들은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하며 재미있어할 수도 있을 겁니다. (12/06/12) 

★★☆

기타등등
이상순이 소위 '효리의 남자'라는 건 보도자료를 읽고나서야 알았습니다. 하긴 전 이 방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감독: 조성규, 출연: 최윤소, 이능룡, 이상순, 정중엽, 서범석, 전지후, 몬구, 임주연, 백현진, 이종호, 김준기, 황현희,  다른 제목: The Heaven is Only Open to the Singl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Heaven_is_Only_Open_to_the_Single__e_.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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