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비교하며 마블 히어로 영화의 상대적 우월성을 증명하는 예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둘 다 다 고만고만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한쪽이 대단히 낫거나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감당할 수 없는 야심이 만들어낸 카오스라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고정된 틀 안에서 딱 할 수 있는 것만 한 날씬한 영화라는 점이 다를 뿐이죠.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의 중간 정도 됩니다. [시빌 워] 코믹스에서 설정 일부를 가져왔고 그 때문에 어벤저스 패거리들이 잔뜩 나오긴 하는데, 여전히 [캡틴 아메리카] 영화인 거죠. 하여간 [어벤저스] 스토리 라인에서 패거리들은 슈퍼 히어로 등록제 때문에 둘로 갈라집니다. 지지하는 토니 스타크 편과 반대하는 스티브 로저스 편으로요. [캡틴 아메리카] 스토리 라인에서는 로저스가 테러 혐의를 쓴 친구 버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두 이야기의 접점이 상당히 크긴 하지만 그래도 둘은 다른 이야기죠. 그 때문에 둘은 서로를 조금씩 잡아먹습니다. [시빌 워] 코믹스의 주제는 가볍게 넘어가는 편이고 이제 둘로 갈라진 어벤저스 무리의 패싸움은 그냥 이벤트성 패싸움에 머뭅니다. 몇몇 새 캐릭터들은 그냥 어거지로 들어갔고요. 절실함이 부족하고 과시적인 액션만 난무하죠. [캡틴 아메리카]에서 로저스의 스토리는 캐릭터에 상당히 극단적인 전환을 가져오는데, 이에 대한 스토리 전개를 할 시간이 부족해서 얄팍하단 생각이 들죠. 결국 두 편의 다른 영화로 나누었다면 더 좋았을 이야기예요. 그래봤자 MCU의 고만고만한 무난함 속에 묻혔겠지만. 개인적으로 전 앞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영화 두 편이 더 나았습니다.

전체보다는 부분부분이 더 괜찮은 영화이고 그 때문에 그 부분부분이 아쉽습니다. 블랙 팬서의 등장은 인상적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대충 소개할 캐릭터는 아니죠. ([배트맨 대 슈퍼맨]의 원더우먼 등장과는 다릅니다. 그 영화에선 기원담이 아니었으니까요.) 스파이더맨은 꽤 귀엽게 나오긴 하는데, 시작부터 토니 스타크의 피후견인이 된다면 앞으로 이 캐릭터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 생각인가요.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의 대립은 시빌 워 바깥에서 집중해서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다 조금씩 놓친 기회처럼 보이는군요. (16/04/30)

★★★

기타등등
저 같으면 완다를 아이언맨 팀으로 보냈을 겁니다. 그랬다면 이야기나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 되었겠죠. 전 이 영화의 버키가 불편하고 재수가 없었는데, 아무리 자기 의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들에 대해 그렇게 편리하게 변명만 하는 캐릭터는 문제가 있죠.


감독: Anthony Russo, Joe Russo, 배우: Chris Evans, Robert Downey Jr., Scarlett Johansson, Sebastian Stan, Anthony Mackie, Don Cheadle, Jeremy Renner, Chadwick Boseman, Paul Bettany, Elizabeth Olsen, Paul Rudd, Emily VanCamp, Tom Holland, Daniel Brühl

IMDb http://www.imdb.com/title/tt349882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5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