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만들어진 스웨덴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2011년에 나왔으니 빠릅니다. 하지만 이 속도에 기준이 있는 걸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유성영화 초기엔 다른 언어권의 배우들을 기용해 두 가지 언어로 같은 내용의 영화를 동시에 찍는 일도 있었죠. 이 경우를 [밀레니엄] 시리즈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내용은 같습니다. 밀레니엄지의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해커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함께 40년 동안 미해결 상태였던 실종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칩니다. 예측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핀처의 영화가 무대를 미국이나 캐나다로 옮기는 대신 스웨덴에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죠. 할리우드 배우들이 가짜 스웨덴 억양의 영어를 스웨덴어인 척 구사하는 영화인 겁니다.


시나리오를 비교해보면 스웨덴 영화의 각색이 조금 더 자유롭습니다. 핀처의 영화에서 스티븐 자일리언은 될 수 있는 한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려 하고 있어요. 저에겐 좀 군더더기처럼 보이던 베르그스트롬 스캔들과 관련된 에필로그도 많이 살렸고요. 단지 마지막 진상의 모양을 스웨덴판보다 더 많이 바꾸었는데, 그 부분은 스웨덴판에서도 원작 그대로는 아니죠.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자일리언의 각색이 더 기술적으로 유려합니다. 하지만 스웨덴판만의 장점도 있어요. 그 쪽이 더 선명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캐릭터도 더 살아있지요. 원작에 충실한 할리우드판은 그 충실함 때문에 초반의 속도가 조금 더 떨어지고 에필로그 때문에 사족이 길다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그 사족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핀처의 영화가 스웨덴판의 복사판이라는 불평을 여기저기에서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거의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같은 모양으로 연출된 장면은 거의 없어요. 심지어 일부러 원작을 피하려고 한 것 같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핀처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어요. 특히 연쇄살인마의 묘사와 같은 건 그렇습니다.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들어졌고 더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블롬크비스트와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전반부도 더 잘 편집되었고요.


배우들은 어떤가. 전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는 그냥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스웨덴 판에서 리스베트 살란데르였던 누미 라파스는 분노한 복수천사 같았죠. 그에 비하면 핀처 영화의 루니 마라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린 소녀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비교예요. 두 사람 역시 흠잡을 구석 없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입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를 연기한 미카엘 니크비스트와 대니얼 크레이그의 경우는 평가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들에 대한 제 선입견이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것 같아요. 로저 이버트는 크레이그가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 있다고 했는데, 전 오히려 이 사람의 제임스 본드를 서툴고 불안한 남자로 보고 있거든요. 니크비스트의 경우는 최근에 악역으로 나온 영화들 때문에 이미지가 그 쪽으로 굳어버렸고요. 두 사람 다 좋은 배우이긴 합니다만.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할리우드 판은 더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고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하지만 스웨덴판의 날이 선 간결함은 갖고 있지 않아요. 배우들이 몽땅 영어로 말을 한다는 것도 저에게는 조금 걸리고. 모국어의 장점은 무시할 수 없는 건가 봅니다. (11/12/31)


★★★☆


기타등등

이 비교는 스웨덴 극장판을 대상으로 한 것이죠. 미니 시리즈 버전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 David Fincher, 출연: Daniel Craig, Rooney Mara, Christopher Plummer, Stellan Skarsgård, Steven Berkoff, Robin Wright, Yorick van Wageningen, Joely Richardson, Geraldine James, Goran Visnjic, Donald Sumpter, Ulf Friberg


IMDb http://www.imdb.com/title/tt156834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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