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코트 작전 Operation Petticoat (1959)

2015.02.28 22:34

DJUNA 조회 수:2337


전에도 말했지만 토니 커티스는 캐리 그랜트 주연의 잠수함 영화 [데스티네이션 도쿄]의 팬이었습니다. 그 영화 때문에 해군에 입대할 정도였죠. 나름 입김이 센 스타 자리에 오른 그가 캐리 그랜트가 함장으로 나오는 잠수함 영화의 아이디어를 영화사에 제시했고 그 결과 나온 영화가 [페티코트 작전]이라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코미디 영화입니다.

시 타이거라는 잠수함이 무대입니다. 많이 운이 없는 배예요. 바다에 나가기도 전에 그만 일본군의 공습을 받아 항구에서 침몰했으니 시작부터 엉망이죠. 셔먼 함장은 어떻게든 이 잠수함을 되살려 제대로 수리를 받을 곳으로 끌고가려 하지만 상부의 협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도덕관념과 준법정신은 약에 쓰려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바람둥이 장교 니콜라스 홀든이 나타나지요. 어떻게든 본토로 돌아가 부잣집 약혼녀와 결혼해야 하는 그는 시 타이거의 보급장교가 되고 그의 강도질과 사기행각으로 간신히 수리를 마친 잠수함은 바다로 나갑니다. 하지만 시 타이거를 수리해줄만큼 한가한 곳은 찾기가 어렵고 얼떨결에 그들은 섬에 고립되었던 여군들까지 떠안게 되지요. 잠수함에 여자들이 들어왔으니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코미디와 로맨스가 추가됩니다.

험악한 시대가 무대지만 낙천적이고 행복한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사람이 단 한 명도 죽지 않아요. 죽이려고 하는 시도도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요. 대신 잠수함 안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들어오고 아기가 태어납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 잠수함은 핑크색으로 칠해지죠. 근데, 의외로 이 소동들 중 상당수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잠수함으로 여군을 대피시킨 적도 있다고 하고 페인트 부족으로 빨간색을 칠한 잠수함도 있었대요.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쿄 로즈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놀려댄 적도 있다고 하고. 세상은 의외로 재미있는 곳입니다.

반 세기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코미디의 일부는 조금 낡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영화의 페이스는 조금 늘어지는 편이고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일부엔 섹시즘의 흔적이 묻어 있어요. 제목을 포함한 몇몇 농담은 기계적이고요. 하지만 캐리 그랜트와 토니 커티스의 스타 파워는 여전하고 블레이크 에드워즈가 깃털처럼 가볍게 그리는 영화의 낙천적인 분위기는 매력적입니다. 폐소공포증이 지배하는 컴컴한 잠수함 영화 장르에도 이런 영화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죠. (15/02/28)

★★★

기타등등
70년대 말에 시트콤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감독: Blake Edwards, 배우: Cary Grant, Tony Curtis, Joan O'Brien, Dina Merrill, Gene Evans, Dick Sargent, Virginia Gregg, Robert F. Simon, Robert Gist, Gavin MacLeod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314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8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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