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맥클로이는 2살 때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단지 보통 애들처럼 '엄마' 같은 말을 하는 대신 '보잉보잉'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냈지요. 그 뒤에도 제럴드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대신 온갖 종류의 음향효과를 냅니다. 그 때문에 제럴드는 아이들에게도 따돌림 당하고 학교에서도 쫓겨나지만 라디오 중역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향효과 전문가로 채용합니다.

[제럴드 맥보잉-보잉]의 원작은 닥터 수스가 각본을 쓴 어린이용 레코드입니다. 척 봐도 대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차 경적, 발자국, 바퀴 소리 같은 것을 넣는 천진난만한 즐거움을 노린 작품이죠. 이게 1950년에 UPA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각색된 것이고요. 이 영화는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소박해보이지만 몇가지 면에서 역사적인 작품입니다. 영화가 택한 디테일을 완전히 삭제한 미니멀리스틱한 배경과 인물 묘사는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사실주의를 작정하고 거스른 것이었습니다. 프레임 수를 줄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초창기 시도이기도 했고요. 이 영화에서는 둘 다 창작 시도였지만, [제럴드 맥보잉-보잉]의 이런 스타일과 테크닉은 이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단편 애니메이션이 모양새가 익숙해보인다면 그건 여러분이 익숙한 애니메이션 영화나 시리즈 대부분이 이 작품을 통과한 전통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성공적인 실험이 그렇듯 [제럴드 맥보잉-보잉]의 시도는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실험이 의미를 잃었다고 해서 스타일마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곡을 찌르는 유희정신과 그에 따른 즐거움은 더 오래 가고요. (15/04/13)

★★★☆

기타등등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해결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감독: Robert Cannon, 배우: Marvin Mil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0435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