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 Jagten (2012)

2013.01.10 16:00

DJUNA 조회 수:18860


루카스는 동네 유치원의 유일한 남자교사입니다. 원래는 학교 선생이었지만 학교가 없어지자 유치원으로 직장을 옮겼죠. 아내와 이혼한 뒤 심난한 일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고, 집에는 충실한 개가 있으며, 유치원 일도 적성에 맞습니다. 잘 하면 같은 유치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과 데이트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일이 터집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소녀 클라라가,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야기를 한 거죠. 관객들은 왜 클라라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압니다. 클라라는 루카스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클라라의 환상과 거짓말에 재료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영화는 어떤 애매모호함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루카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클라라의 이야기는 유치원 원장과 전문가들이 나서면서 점점 힘을 얻고 부풀어집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유치원 전체를 넘어 마을로까지 뻗어가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흔한 동네 친구였던 루카스는 이제 마을에서 공공의 적이 됩니다.

토마스 빈터베르의 [더 헌트]에서 가장 억울한 부분은, 마을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이 충분히 이성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사건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관계된 것이라면 우리는 보다 엄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진행 과정을 보고 있으면 억장이 터집니다. 우선 사건 수사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최악입니다. 이미 어른들 모두가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통제된 수사가 불가능해요. 게다가 이미 다들 어줍지 않은 대중심리학 지식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황당해집니다. 당사자인 어린아이가 그런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아도,  "너네는 충격을 받아서 기억을 못하는 거야!"라고 주장하는 어른들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밖에.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이 소문의 집단 폭력은 도를 넘어섭니다. 관객들이 초반에 예상했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죠. 아마 그들 중 가장 끔찍한 일은 유치원과 관계 없고 집에 아이도 없는 사람들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을에서 자라난 폭력적 분위기 자체가 이유를 넘어선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동기 자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영화는 최악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빈터베르는 인간 무리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성의 힘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더 섬뜩한 것이겠지만. (13/01/10)

★★★☆

기타등등
작년은 매스 미켈센 캐릭터들의 수난의 해였나봅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고생할수록 배우들은 본전을 뽑지요. 

감독: Thomas Vinterberg, 배우: Mads Mikkelsen, Thomas Bo Larsen, Annika Wedderkopp, Lasse Fogelstrøm, Susse Wold, Anne Louise Hassing, Lars Ranthe, Alexandra Rapaport,  다른 제목: The Hunt

IMDb http://www.imdb.com/title/tt210647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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