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더 Slither (2006)

2010.01.27 11:46

DJUNA 조회 수:5718

감독: James Gunn 출연: Nathan Fillion, Elizabeth Banks, Michael Rooker, Gregg Henry, Tania Saulnier, Jenna Fischer

[슬리더]는 외계에서 운석타고 날아온 끈적끈적한 외계인이 따분한 미국 시골마을의 사람들을 감염시켜 좀비로 만들고 세계 정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설정은 1950년대 미국 SF 괴물 영화들에서 따왔고 영화의 미학은 80년대 할리우드 스플래터 호러 영화에 가까우며 이것들의 진부한 공식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이죽거리는 태도는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포스트 모던'한 할리우드 영화에 속해있지요.

외계에서 온 괴물을 치우고 보면, 영화는 삼각관계 로맨스입니다. 그것도 꽤 심각한 타입이죠. 마을 보안관 빌 파디는 교사인 스탈라 그랜트를 짝사랑합니다. 하지만 스탈라는 그녀가 가난한 고아였을 무렵 돌봐주고 학비도 대주었던 중년남자 그랜트 그랜트의 아내입니다. 스탈라가 그랜트와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시달리다 빌의 구원을 받는다면 모든 게 편할 텐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그랜트는 정말로 아내를 사랑해요. 그는 다소 같이 살기 거북한 시골 동네 마초지만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탈라 역시 그 사실을 알아요. 스탈라는 남편에게 같은 무게의 사랑을 돌려줄 수 없지만 결혼의 의무에 대해서는 아주 심각합니다.

불쌍한 빌. 어떻게 보면 외계에서 온 끈쩍끈쩍 민달팽이 괴물은 그에게 구원일 수 있을 겁니다. 외계괴물이 처음으로 공격한 게 그랜트 그랜트니까요. 괴물이 된 그를 처리하고 영웅인 척하며 스탈라에게 접근하면 만사형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스탈라는 남편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끈적끈쩍 외계 괴물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동안에도 여전히 아내로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려 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진짜 코미디가 만들어지는 부분도 바로 여기죠.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마이클 루커는 모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물론 그들도 이게 농담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노골적으로 폭로할 생각 따위는 없지요.

스탈라와 그랜트, 빌이 이 난처한 삼각관계 속에서 시달리는 동안, 영화는 엄청난 인원의 사람들의 육체를 파괴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좀비가 되고, 외계생물의 알주머니가 되고, 식인 괴물이 되고, 외계인 육체의 일부가 되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의 엑스트라가 되어 끈적거리는 진액 속에서 비척거리다가 죽어가지요. 여기서부터는 몽땅 장르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블롭](오리지널과 리메이크판 모두)이나 트로마 영화들, 80년대 피터 잭슨 영화들, [크리터스] 시리즈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 즐겁게 이 영화를 보실 수 있겠죠. 그런 것들에 대해 모르는 데도 이 영화를 즐기셨다면? 숙제거리가 생기셨군요. (08/08/20)

★★☆

기타등등

셸비를 연기한 제나 피셔는 감독 제임스 건의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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