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Star Wars (1977)

2010.02.13 20:41

DJUNA 조회 수:5767

감독: George Lucas 출연: Mark Hamill, Harrison Ford, Carrie Fisher, Peter Cushing, Alec Guinness, Anthony Daniels, Kenny Baker, Peter Mayhew, David Prowse, Phil Brown, Shelagh Fraser 다른 제목: Star Wars: Episode IV - A New Hope

듀나 영화는 '멀고 먼 옛날 저 먼 은하계'라는 동화적인 서두와 '에피소드 4'라는 다소 엉뚱한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면서 [스타 워즈]는 내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제공하고 관객들은 거대한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들어간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지요. 이 때문에 영화의 스케일이 실제 이상으로 크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물론 루카스는 이 영화를 만들 때 9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긴 연대기를 생각하고 있었고, 현대의 [스타 워즈] 우주는 영화, 컴퓨터 게임, 소설들로 이루어진 수 십만 년의 거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었지요. 하여간 '에피소드 4'는 (첫 개봉 당시엔 없었고 재개봉 당시 추가된 것이지만) [스타 워즈]라는 작품의 음흉한 무기 중 하나인, 즉 실제 이상으로 스케일이 커 보이게 만드는 트릭들을 대표하는 예입니다.

루카스는 경제적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인상적인 도입부가 그렇지요. 일단 거대한 역사의 일부로 관객들을 밀어넣고 같은 화면 안에 레이아 공주가 탄 우주선을 내보냅니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원근법과 아래에 깔린 행성 때문에 레이아의 우주선은 실제보다 더 커보입니다. 순진한 당시 관객들은 여기까지만 보아도 흥분했겠지요. 그런데 그 뒤에 등장하는 스타 디스트로이어는 대사선을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들만큼 큽니다.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거의 끝이 없습니다. [스타 워즈]의 미술팀들은 여기에 꽤 재미있는 장난을 치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무리 큰 우주선이라도 표면은 매끈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주선에 자잘한 요철들을 줌으로써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크기를 과장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후, 이 방법은 이런 종류의 모든 영화들에 사용됩니다.

파프리카 그러나 그 뒤에 벌어지는 대사선의 전투는 시각적으로 다소 초라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듀나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위성을 따져도 문제가 없고 또 도입부가 이후에도 충분히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관객들은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해하며 기다릴 것이고 또 무언가는 일어납니다. 게다가 다스 베이더가 등장하니까요.

파프리카 [스타 워즈]의 스토리는 결코 심각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엄격한 논리는 대충 무시해가면서 가볍고 흥겹게 전개됩니다. 진지하게 생각하면 이상한 게 한 둘이 아니죠. 신원도 확인 안된 드로이드 둘이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뽑아대고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데도 죽음의 별에 근무하는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도망자들이 쓰레기 처리기로 들어간 게 훤히 보이는 데도 따라 들어가거나 상황에 대처하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제국군의 스톰 트루퍼들은 이름만 근사했지 한마디로 멍청이들의 집단입니다. 오비 원 케노비랑 다스 베이더가 결투하는 게 보이자 지키던 우주선은 버려두고 싸움 구경하러 우르르 몰려가는 꼴을 보세요, 나 참.

듀나 오직 신데렐라의 발에만 맞는 구두와 같은 것이겠죠.

[스타 워즈]는 동화적일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원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구로자와 영화의 스토리를 발견할 수도 있고 장르 혼합에 대한 이야기거리를 끄집어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무라이 영화와 서부극, SF와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믹스될 수 있었겠고요.

파프리카 [스타 워즈]의 스토리는 3부작 중 가장 독립적입니다. 그래서 뒤의 두 영화와 성격상 잘 맞지 않는 점도 있죠.

듀나 루카스는 당시 과연 속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당연한 게 아닐까요? 그러나 그렇다고 [스타 워즈]가 완벽하게 자기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광선검의 사용이 대표적인 예지요. 광선검은 영화 초반에 중요한 상징적인 무기로 등장하지만 이 무기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부분은 오비원 케노비와 다스 베이더의 결투 장면으로, 이 장면은 결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클라이맥스가 아닐 뿐만 아니라 결투로서도 엄청나지는 않죠. 오비원은 얄밉게도 결투 중간에 살짝 달아나니까요. 그리고 그 이후 광선검은 등장하지 않으니 왜 이것이 등장했는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뒤의 삼부작까지 보면 광선검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설명됩니다.

그밖에도 여러 장면들이 있습니다. 다스 베이더와 오비원의 대사들을 듣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까지 이야기된 것보다 더 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음흉하고 거대한 외모와 인상적인 등장에도 불구하고 다스 베이더의 캐릭터가 상당히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챌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 영화의 진짜 패장은 다스 베이더가 아니라 피터 커싱이 연기하는 타킨입니다.

파프리카 패장이라면 패배 당할 때 파국의 한가운데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듀나 비슷하죠. 그게 극적으로 맞는 것이니까요. 타킨의 존재가 필요한 건 그 때문일 거예요.

파프리카 죽음의 별 탈출이 끝나면 그 유명한 공중전 장면이 시작됩니다. 사실 이 장면은 아주 영리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듀나 어떤 뜻이지요?

파프리카 물론 근사한 공중전 장면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였던 모션 콘트럴 시스템의 작업을 줄이려고 꽤 영리하게 짠 설정이란 말이지요. [스타 워즈]의 공중전은 기본적으로 직선구조입니다. 똑바르게 나있는 통로를 곧장 가서 폭탄 하나를 톡 집어넣고 나오는 것이니까요. 주변 통로와의 대비로 속도감을 충분히 내면서도 복잡한 컴퓨터 작업을 덜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어요. 물론 이런 편법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습니다. 우주선이 나오는 장면은 이후 영화들이 훨씬 낫습니다.

듀나 지금에 와서 보면 [스타 워즈]가 이룩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미술인 것 같습니다. 물론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훌륭한 선례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스타 워즈]야 말로 SF 영화의 세계를 완전히 바꾼 영화었습니다. 양철로 만든 장난감 같은 우주선들과 알루미늄 포장지 같은 우주복들은 SF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요. [스타 워즈]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루카스에 의해 시각적으로 구현된 세계는 풍부한 디테일을 가진 복잡미묘한 우주였습니다. [스타 워즈]는 SF의 시각적 표현을 성숙시켰습니다. (97/05/25)

★★★☆

기타등등

스페셜 에디션에 대한 이야기는 [제다이의 귀환] 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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